초대형 유상증자에 … "SK·CJ 투자자는 웁니다"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입력 : 2023.06.25 17:18:49
그룹사 자금조달에 '몸살'
SK이노 1.2조 유상증자
하이닉스 투자부담 여전
CJ는 CGV 1조 조달로 약세
“업황 개선땐 효자" 평가도








SK와 CJ그룹 지주사 주가가 올 들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계열사가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유상증자가 올 들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고, 결과적으로 추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SK와 CJ 주가는 각각 15%, 14% 하락했다.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지주사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자금 조달 우려 등이 커진 영향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상증자다. SK그룹에선 지난 23일 SK이노베이션이 1조1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밝혔다. CJ그룹에선 지난 20일 CJ CGV가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포함한 1조원의 자금 조달 계획을 내놨다.

SK이노베이션은 보통주 819만주 추가 발행으로 1조18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이 중 시설자금으로 4185억원이 투입되고, 채무상환에 3500억원이 쓰일 예정이다. 타 법인 증권 취득자금은 4092억원이다.

SK그룹은 주력인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로 배터리 사업을 하는 SK온에 대한 막대한 투자자금 조달과 관련한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SK온은 최근 6개월 새 유상증자, 차입, 회사채 발행 등으로 8조원이 넘는 자금을 모았다. 한국투자PE·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1조2000억원), MBK 컨소시엄(1조500억원), SNB(사우디국립은행)캐피털(1900억원), 현대차·기아 대출(2조원·SK이노베이션 채무 보증) 등이다.

이를 통해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으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조 단위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자금 조달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유상증자 규모가 SK이노베이션 시가총액(16조8842억원)의 7%에 달하는 데다 시총 20위인 대기업이 금요일 장 마감 후 공시라는 이례적인 선택을 한 것도 한몫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유상증자는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도 1분기 1조6949억원 규모 회사채, 4월 2조2377억원 규모 교환사채 등을 발행했으며 최근엔 하나은행에서 2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대출받았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잔금 20억달러를 내후년까지 내야 하는 데다 자체 투자를 위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SK그룹 경영진은 지난 15일 최태원 회장 주재로 개최한 확대경영회의에서 자금 사정에 대한 논의에 상당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사인 SK 주가(15만8200원·23일 종가)는 코로나19 이후 2021년 한때 36만원을 넘기기도 했지만, 현재는 2020년 3월 말 수준으로 돌아갔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과 글로벌 수요 부진에 따른 반도체 재고 급증 등으로 인해 SK텔레콤을 제외한 자회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말 라덕연 사태 때 급락했던 CJ 주가(7만1800원·23일 종가)는 CJ CGV의 1조원 규모 자금 조달 소식과 함께 하락하고 있다. CJ CGV가 자금을 조달한다고 발표하기 직전과 비교하면 8%가량 하락했다. CJ는 이번 증자 참여까지 포함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 3년간 총 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CJ CGV에 투입했다. CJ CGV 실적이 느리게 회복되면서 CJ가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 이어져 실망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매도 물량을 쏟아낸 것으로 풀이된다. CJ CGV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공모하는 방식으로 유상증자가 진행되며 CJ가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약 600억원 규모로 참여할 예정이다.

지주사들 주가가 크게 하락한 만큼 계열사들의 실적 회복과 함께 주가가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SK에 대해 "전방산업 회복과 에너지 가격 안정에 따라 영업이익은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할 것"이라며 SK E&S, SK실트론 등 비상장 자회사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점쳤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CJ는 CJ올리브영의 호실적에 따른 배당 상향 여지가 충분하다"며 "(CJ CGV의 유상증자 발표 이후) 이틀간 CJ CGV의 순자산가치는 346억원 감소했으나, CJ 시가총액은 922억원 감소해 주가 낙폭이 다소 과도했다"고 평가했다.

[강인선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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