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안전자산으로서 가치가 부각되면서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우량 회사채와 장·단기 국고채 채권 등에 분산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봇물을 이루면서 채권 ETF의 전체 규모는 올해 들어서만 9조원 이상 커졌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전체 채권 ETF의 순자산 규모는 올해 1월 2일 13조9595억원에서 이달 25일 23조895억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 채권보다는 국내 채권 투자 수요가 크게 늘었다.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ETF 순자산은 연초 12조9826억원에서 최근 21조2866억원으로 8조3040억원가량 늘어 전체 채권 ETF 자산 증가액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최근 개인의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장외 시장에서 사들인 채권 규모는 24조8237억원으로 작년 한 해 순매수 규모(20조6113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활용해 자본 차익을 거두고자 하는 투자자 사이에서 잔존만기(듀레이션)가 긴 장기채 ETF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개인의 투자 종목을 보면 장기채 ETF가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올해 들어 이달 25일까지 개인들은 에이스(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와 코덱스(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ETF를 각각 1587억원, 148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한국전력(1460억원), 네이버(1229억원) 등 우량주보다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가령 올해 개인들이 채권형 가운데 가장 많이 사들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는 지난 3월 상장 당시 순자산이 140억원에 그쳤지만 투자금이 유입되며 최근 순자산이 2900억원으로 20배 이상 커졌다.
채권 가격은 통상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개인들이 많이 사들인 30년 국채 ETF는 올해 채권금리 상승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이처럼 개인들의 자금이 쏠리고 있는 것은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투자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균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가령 지난해 초 1~2% 수준에 머물던 10년물 국채금리가 최근 4% 수준까지 올라갔다"며 "여전히 내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만큼 중장기채 투자 수요가 커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근 한화자산운용은 장기채30년 액티브 ETF를 상장하는 등 주요 운용사들은 장기 국채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물가 상승세가 완화되면서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며 채권 가격 역시 매력적인 가격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