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급한 상장사, 유형자산 처분 증가

강민우 기자(binu@mk.co.kr)

입력 : 2023.09.20 18:02:13 I 수정 : 2023.09.20 19:34:07
유동성 확보 속도내며
3분기에만 1조원 넘어
상반기 전체규모 육박






토지와 건물 같은 자산을 매각해 현금 확보에 나서는 상장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금융비용이 불어난 가운데 실적 악화가 겹치면서 기업들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는 자산 매각으로 마련한 재원을 신사업 투자에 활용하거나 주주환원에 쓴다고 밝혔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유가증권시장·코스닥 상장사 17곳이 총 1조1428억원 규모의 유형자산 처분·양도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올 상반기 1조1653억원(23곳)과 맞먹는 규모다. 3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점에 이미 상반기 전체 규모에 바짝 다가선 셈이다. 남은 4분기를 고려하면 상반기 규모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이 보유 자산을 팔아 현금 확보에 나선 이유로는 취약한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충 등이 주를 이뤘다.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면서 부채를 선제적으로 상환해 이자비용을 낮추고 자금 여력을 충분히 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일례로 한진칼은 하반기에만 4000억원이 넘는 자산 매각 계획을 공시했다. 한진칼은 지난 8월 2642억원 규모의 서울 중구 서소문동 'KAL 빌딩'을 자회사인 대한항공에 넘긴다고 발표했고, 이달 7일엔 미국 자회사인 와이키키리조트호텔이 보유한 호텔 부동산과 자산을 1465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한진칼이 밝힌 처분 목적은 유동자금 확보다. 시장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앞두고 한진칼이 올 하반기와 내년 3월이 만기인 회사채와 차입금 등을 갚기 위해 보유 자산을 현금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씨앤이는 지난 7월 자회사인 쌍용레미콘에 임대한 2050억원 규모의 토지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쌍용씨앤이가 밝힌 처분 목적은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구조 개편이다. 부채비율을 축소하는 동시에 신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설명이다. 쌍용씨앤이의 부채비율은 2020년 96.9%에서 2021년 115.3%, 2022년 143.2%로 꾸준히 높아졌다. 반면 영업이익은 3년간 각각 2502억원, 2487억원, 2209억원으로 감소세다. 이에 친환경 사업 등 활로를 마련하기 위해 실탄 마련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도 이달 11일 241억원 규모의 아모레퍼시픽 진천공장 용지를 동원F&B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이번 매각으로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19 동안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은 이후 현금 확충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아모레퍼시픽의 현금성 자산은 작년 말 4496억원에서 올 상반기 6066억원으로 증가했다.

일진디스플레이도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이 회사는 평택공장을 530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히면서 양도 목적을 신규 사업 재원과 현금 유동성 확보라고 공시했다.

신한알파리츠는 보유 자산 중 최초로 용산 더프라임타워를 2383억원에 매각했다. 신한알파리츠는 확보한 재원을 특별 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에 활용할 계획이다.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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