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큰손들이 지난해 4분기 대형 기술주·성장주의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헤지펀드계 전설' 조지 소로스, '돈나무 누나' 캐시 우드 등은 미국 전기차 종목 테슬라를 대거 사들였다. '가치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종목 TSMC 비중을 3개월 만에 대거 줄이며 단타에 나서 월가의 눈길을 끌었다.
16일 미국의 헤지펀드, 운용사, 투자전문회사 등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분기보고서 '13F' (1억달러 이상 운용사 보유 지분 공시)에 따르면 소로스가 이끄는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는 지난해 4분기 테슬라 주식 25만주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보유 주식(8만주)의 3배가 넘는 물량으로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자 대거 저가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4분기 테슬라 주가는 250달러에서 101달러 부근까지 급락했지만 올해 들어 70% 이상 급등 중이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는 이 밖에 전기차 전환에 힘쓰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 주식도 50만주 매입했다.
우드가 운영하는 아크인베스트먼트 또한 테슬라 주식 54만주를 매입했다.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테슬라 주식 587만주를 사들이며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을 늘렸다. 이 밖에 블랙록의 경우 한국 유통 종목인 쿠팡 주식을 지난해 4분기 704만주나 사들였다.
버핏이 운영하는 투자전문회사이자 미국 증시 상장사인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3분기 사들인 TSMC 주식 5176만주를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3분기 TSMC 주식을 41억달러(약 5조2480억원) 규모로 매입한 바 있다. 2022년 9월 말 기준으로 TSMC 주식 6010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한 분기 사이에 86%를 팔아치운 것이다.
올해 들어 글로벌 반도체 수요 둔화로 TSMC 매출액이 5%가량 감소할 것이란 전망에 버크셔해서웨이가 수익 실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CFRA리서치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는 이번 단타 매매로 3억1080만달러(약 3977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시가 알려진 후 15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TSMC 주가는 5.31% 하락 마감했다.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가 운영하는 사이언자산운용은 중국 주식에 베팅했다. 지난해 4분기 징둥닷컴과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 주식을 각각 7만5000주, 5만주 사들였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에 따른 중국 기업들의 수익성 강화를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큰손들은 지난해 고강도 금리 인상으로 가격이 대거 떨어진 채권을 사들이는 모습도 보였다. 미국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은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스 아이복스 미국 하이일드 채권(HYG)' 및 'SPDR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하이일드 채권(JNK)'을 각각 713만주, 256만주 추가 매입했다.
저가 매수에 나선 건 헤지펀드·운용사뿐만 아니라 연기금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은 지난해 4분기 애플, 테슬라, 월트 디즈니 주식을 더 사들인 반면 대표적 경기방어주인 월마트 주식은 대거 팔았다. 캘퍼스는 애플 주식 800만주를 추가로 사들이며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4300만주로 늘렸다. 또 테슬라 주식도 67만주 사들이며 640만주로 늘렸다. 밥 아이거가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디즈니 주식도 기존 410만주에서 550만주로 비중을 확대했다. 반면 재고 증가 우려가 발생한 월마트 주식은 190만주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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