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00만원 vs 지방 500만원, 어디갈래…Z세대 대답은

박동환 기자(zacky@mk.co.kr), 양세호 기자(yang.seiho@mk.co.kr)

입력 : 2023.02.17 19:11:59 I 수정 : 2023.02.17 19:36:15
Z세대 73% “초봉 3~4천만원은 받아야돼”
직장 선호도 사기업 공공기관 공무원 순
직무성과급제 호봉제 선호도 ‘팽팽’
“직무간 쏠림 현상, 성과 압박 우려돼”


◆ Z세대 보고서 ③ ◆

[사진 출처 = 픽사베이]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Z세대에게 미래는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한국 경제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최고 속도의 고령화로 인해 1% 이하의 장기 저성장이 예고돼 있다. Z세대는 급감하는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탓에 국민연금을 통한 노후 소득 보장도 기대하기 힘들 지경이다.

불안한 미래를 안고 사는 Z세대에게 일자리는 돈과 직결된다. 직업 안정성을 중시한 이전의 385세대나 X세대가 공무원이나 공기업·공공기관 선호도가 높았다면 Z세대에겐 높은 연봉을 주는 민간 기업이 최우선 일자리다.

당연히 평생직장이란 말도 낯설다. 매일경제와 진학사 채용 플랫폼 캐치가 함께 조사한 Z세대는 현실적으로 받아야 할 초봉을 3000만~4000만원대로, 은퇴하기까지 이직 횟수는 3회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지난 달 캐치와 함께 만 21~29세 Z세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직업관을 설문조사했다. 이들이 희망하는 연봉(초봉)은 ‘4000만원 이상’이 38.7%로 가장 많았다. 34.3%는 3000만원 이상을 선택했다. 이어 5000만원 이상(13.7%), 6000만원 이상(6.7%) 순이었다. Z세대의 73%는 적어도 3000만~4000만원대 초봉을 받아야 양질의 일자리로 본다는 얘기다.

다만 연봉 4000만원을 Z세대의 기준 연봉으로 본다면 이들의 눈높이와 실제 받는 임금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고용노동부 임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20~24세 연봉 평균은 3046만6000원, 25~29세 평균은 3773만원이었다. 20대 전체 평균치는 3409만원이었다.

기업들이 지급하는 평균 연봉 수준이 입사 희망자들의 눈높이에 591만원이나 모자란 셈이다.

Z세대가 직장 선택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도 연봉이다. 응답자의 78.7%(복수응답)는 연봉이 직장 선택의 최우선 조건이라고 답했다.

직장 선호도를 봐도 이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민간기업 67.9%,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 16.9%, 공무원 4.7% 등으로 민간과 공공간 격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 Z세대에게 ‘평생 직장’이란 단어는 낯설게 느껴진다. 첫 직장에서 희망 근무 기간으로는 82.7%가 5년 미만을 택했다. 이같은 경향에 대해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대학 진학이 성적과 학교 이름으로 결정되다 보니 적성과 무관하게 대학을 가고, 또 직장을 택한다”며 “이런 풍토에서 이직 문화는 더 활발해질 수 있다”고 봤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미래 세대가 요구하는 기준만큼 연봉 수준이 오르지 못하다보니 구인난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상용직 1인 이상 사업장의 1인당 세전 임금 총액은 363만10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5.1% 늘었지만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임금(332만5000원)은 같은 기간 0.5%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기준 상용근로자 5인 이상 기업의 미충원 인원은 14만9000명으로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충원 인원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구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채용하지 못한 숫자다. 원인 조사에서도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28.1%로 가장 많았다.

젊은 세대일수록 호봉제보다는 직무성과급제를 선호할 것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호봉제가 낫다고 본 응답 비율이 많았던 점도 눈길을 끈다.

‘연차에 따른 임금 상승 제도의 장점이 있다(호봉제·47.1%)’고 응답한 비율이 ‘직무와 성과 위주로 인사평가를 하고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성과평가제· 52.9%)’고 응답한 비율과 대등했다.

IT업계 3년차 직장인 A씨는 성과평과제 확대에 대해 “직무에 따른 쏠림 현상이나 성과에 대한 압박 등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제조업 직군 2년차 직장인 B씨도 “내 기준에선 성과여도 타인이 낸 성과보다 높아야 보상받으니까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4년차 C씨도 “인플레이션 지속 때문에 연봉으로는 미래를 못 보는 상황에서 자칫 나에게 피해가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Z세대가 체감하는 경제적 불안감은 실제 지표로도 나타난다. 지난 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29세 이하(가구주 연령 기준)의 가구당 순자산은 평균 8483만원으로 전년 대비 107만원(약 1.7%) 줄었다. 반면 전체 가구당 순자산은 같은 기간 10% 증가해 평균 4억5602만원을 기록했다. 20대는 전 연령층에서 유일하게 순자산이 감소했다.

작년 부채가 유일하게 폭증한 세대도 20대다. 29세 이하 가구주의 지난해 평균 부채는 5014만원으로 1년 새 41.2% 급증했다. 전체 가구주 평균 증가율(4.2%)을 압도적으로 웃돈다.

이런 가운데 20대의 고용 통계는 갈수록 악화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9세 인구 고용률은 2011~2021년 연평균 57.6%로 이전 10년(2000~2010년)의 60.1%와 비교해 2.5%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40~49세 인구 고용률은 평균 77.4%에서 78.5%로, 50~59세 인구는 평균 68.6%에서 74.1%로 각각 올랐다.

급여와 소득에 대한 Z세대의 갈망은 ‘밸런스 게임’에서도 나타났다. 매일경제와 캐치는 선택이 갈릴 몇가지 조건을 조합한 상황을 두 개 던져 선호도를 묻는 밸런스 게임을 Z세대 1000명에게 던져봤다.

월 실수령 급여 300만원인 서울 거주 직장인(서울러)과 500만원 비수도권 지방 거주 직장인(지방러) 중 어느 상황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66.2%가 ‘지방러’를 골랐다. 또 월급 400만원 직장인과 월소득 200만원 백수 중 어느 쪽을 선택할 지 묻는 질문에서도 67.2%가 월급 400만원 직장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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