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세대교체…MZ노조, 4050 블루칼라 노조와 맞대결
이종혁 기자(2jhyeok@mk.co.kr), 이유섭 기자(leeyusup@mk.co.kr)
입력 : 2023.02.19 17:42:24 I 수정 : 2023.02.20 14:49:42
입력 : 2023.02.19 17:42:24 I 수정 : 2023.02.20 14:49:42
첫발 떼는 MZ노총
제조업내 사무직 비중 40%
대기업 생산직 대표하는 노총
2030 화이트칼라 대변 못해
MZ노조 포괄임금제 개선 요구
성과보수·노조투명화 목소리
개별 교섭권 확보가 당면 과제
밀레니얼·Z세대(MZ)를 대표하는 MZ노조 연대의 탄생은 노동시장의 변화를 방증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각각 121만명, 123만명에 달하는 노조원을 거느리고 있지만 사무직과 연구개발(R&D)직이 아닌 생산직, 그중에서도 대기업 생산직의 목소리를 주로 대변하고 있다.
4050세대보다 사무직과 R&D로 진출하는 비중이 높은 2030세대가 양대 노총이 아니라 MZ노조라는 새로운 길을 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MZ노조의 목표는 공정한 평가·보상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노동시장, 투명한 노조다. 근로시간 유연화 등 몇 가지 이견은 있지만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과도 큰 흐름을 공유하는 대목이다. 반면 여전히 정치 개입과 강성 투쟁으로 정부와 기업을 굴복시키려는 양대 노총에 MZ노조는 눈엣가시로 자리 잡고 있다.
LG전자와 서울교통공사 등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 사무·R&D직 노조 8곳이 모여 21일 '새로고침 노동협의회'로 공식 출범하는 배경에는 산업계 '화이트칼라' 비중 확대가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토대로 한국노동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제조업종 내 화이트칼라(관리자, 전문가, 사무·서비스·판매 종사자) 비중은 1995년 26.9%에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38.3%로 늘었다.
반면 블루칼라(기능·기술직, 단순노무) 비중은 같은 기간 73.1%에서 61.7%로 서서히 줄고 있다. 제조업 규모가 커지며 이를 관리할 사무직 수요는 늘어난 반면 설비 자동화로 생산직 수요는 점차 감소한 것이다. 이로 인해 대기업 생산직 근로자는 고령화되고 사무직 근로자는 젊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양대 노총을 상급단체로 둔 기존 노조가 사무·R&D직군의 권익 향상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것도 MZ노조 등장에 영향을 끼쳤다.
이번에 출범한 새로고침 노동협의회는 기존 노동조합과의 차별점으로 정치 개입과 폭력 투쟁의 배제를 강조한다.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근로자 복지'라는 본연의 목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새로고침 노동협의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백재하 LS일렉트릭 사무노조 위원장은 "정치·종교·세대로 구분되는 게 아니라 동일한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협의회 안에서 상생과 소통을 통해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공형 호봉제를 고수하는 기존 노조들은 '급여 인상, 복지 확대'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MZ노조는 '공정한 평가에 따른 급여·복지 결정'을 희망한다. 노동연구원 인터뷰 조사에 응한 한 MZ노조 관계자는 "과거에는 급여 자체를 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급여는 더 받으면 좋지만 '나를 공정하게 대해달라'는 공정 평가, 공정 임금을 많이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MZ노조의 '공정' 성향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공공부문에서 실시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한 강한 반대로 이어진 바 있다. 새로고침의 주축인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반기를 들면서 조직화됐다. 송시영 새로고침 부의장(올바른노조위원장)은 "밀어붙이기식 정규직 전환은 공정과 절차의 훼손"이라며 공개 비판했다.
근로시간처럼 MZ노조와 현 정부의 눈높이가 다른 지점도 있다. 정부는 주52시간 근로제를 '필요한 만큼 유연하게 일하는' 제도로 개선하고자 한다. 그러나 MZ노조는 주52시간제 개선에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면서 오히려 정해진 임금 내에서 근로시간에 사실상 제한이 없는 포괄임금제 관행부터 바꾸라고 요구한다.
갓 태어난 MZ노조 앞에는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새로고침은 4492명에 불과해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대비 0.5%도 안 된다. 개별 사업장에서는 생산직 노조에 밀려 아직 사무직 이해관계를 대변할 교섭권도 확보하지 못했다. 현행 법령상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에 따라 개별 사업장에서 별도로 처우 조건을 협상하는 교섭단위 분리는 거의 허용되지 않는다.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은 근로조건과 고용형태가 본질적으로 차이 나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교섭단위 분리를 인정한다. MZ노조 중 교섭단위가 분리된 곳은 코레일네트웍스가 최초이며,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가 두 번째다. 노조 세력 확대에 주력하는 양대 노총은 MZ노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MZ세대를 주축으로 한 노동협의회 구성은 환영한다"면서도 "한국에서 한미, 남북관계 등 정치 사안에 의견을 내지 않으면 노동자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 MZ세대는 2002년 반미 투쟁을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이며, 시간이 흐르면 정치 문제 개입이 결과적으로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바꾸는 데 중요한 의제라는 사실에 동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종혁 기자 / 이유섭 기자]
제조업내 사무직 비중 40%
대기업 생산직 대표하는 노총
2030 화이트칼라 대변 못해
MZ노조 포괄임금제 개선 요구
성과보수·노조투명화 목소리
개별 교섭권 확보가 당면 과제
밀레니얼·Z세대(MZ)를 대표하는 MZ노조 연대의 탄생은 노동시장의 변화를 방증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각각 121만명, 123만명에 달하는 노조원을 거느리고 있지만 사무직과 연구개발(R&D)직이 아닌 생산직, 그중에서도 대기업 생산직의 목소리를 주로 대변하고 있다.
4050세대보다 사무직과 R&D로 진출하는 비중이 높은 2030세대가 양대 노총이 아니라 MZ노조라는 새로운 길을 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MZ노조의 목표는 공정한 평가·보상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노동시장, 투명한 노조다. 근로시간 유연화 등 몇 가지 이견은 있지만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과도 큰 흐름을 공유하는 대목이다. 반면 여전히 정치 개입과 강성 투쟁으로 정부와 기업을 굴복시키려는 양대 노총에 MZ노조는 눈엣가시로 자리 잡고 있다.
LG전자와 서울교통공사 등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 사무·R&D직 노조 8곳이 모여 21일 '새로고침 노동협의회'로 공식 출범하는 배경에는 산업계 '화이트칼라' 비중 확대가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토대로 한국노동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제조업종 내 화이트칼라(관리자, 전문가, 사무·서비스·판매 종사자) 비중은 1995년 26.9%에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38.3%로 늘었다.
반면 블루칼라(기능·기술직, 단순노무) 비중은 같은 기간 73.1%에서 61.7%로 서서히 줄고 있다. 제조업 규모가 커지며 이를 관리할 사무직 수요는 늘어난 반면 설비 자동화로 생산직 수요는 점차 감소한 것이다. 이로 인해 대기업 생산직 근로자는 고령화되고 사무직 근로자는 젊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양대 노총을 상급단체로 둔 기존 노조가 사무·R&D직군의 권익 향상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것도 MZ노조 등장에 영향을 끼쳤다.
이번에 출범한 새로고침 노동협의회는 기존 노동조합과의 차별점으로 정치 개입과 폭력 투쟁의 배제를 강조한다.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근로자 복지'라는 본연의 목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새로고침 노동협의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백재하 LS일렉트릭 사무노조 위원장은 "정치·종교·세대로 구분되는 게 아니라 동일한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협의회 안에서 상생과 소통을 통해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공형 호봉제를 고수하는 기존 노조들은 '급여 인상, 복지 확대'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MZ노조는 '공정한 평가에 따른 급여·복지 결정'을 희망한다. 노동연구원 인터뷰 조사에 응한 한 MZ노조 관계자는 "과거에는 급여 자체를 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급여는 더 받으면 좋지만 '나를 공정하게 대해달라'는 공정 평가, 공정 임금을 많이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MZ노조의 '공정' 성향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공공부문에서 실시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한 강한 반대로 이어진 바 있다. 새로고침의 주축인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반기를 들면서 조직화됐다. 송시영 새로고침 부의장(올바른노조위원장)은 "밀어붙이기식 정규직 전환은 공정과 절차의 훼손"이라며 공개 비판했다.
근로시간처럼 MZ노조와 현 정부의 눈높이가 다른 지점도 있다. 정부는 주52시간 근로제를 '필요한 만큼 유연하게 일하는' 제도로 개선하고자 한다. 그러나 MZ노조는 주52시간제 개선에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면서 오히려 정해진 임금 내에서 근로시간에 사실상 제한이 없는 포괄임금제 관행부터 바꾸라고 요구한다.
갓 태어난 MZ노조 앞에는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새로고침은 4492명에 불과해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대비 0.5%도 안 된다. 개별 사업장에서는 생산직 노조에 밀려 아직 사무직 이해관계를 대변할 교섭권도 확보하지 못했다. 현행 법령상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에 따라 개별 사업장에서 별도로 처우 조건을 협상하는 교섭단위 분리는 거의 허용되지 않는다.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은 근로조건과 고용형태가 본질적으로 차이 나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교섭단위 분리를 인정한다. MZ노조 중 교섭단위가 분리된 곳은 코레일네트웍스가 최초이며,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가 두 번째다. 노조 세력 확대에 주력하는 양대 노총은 MZ노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MZ세대를 주축으로 한 노동협의회 구성은 환영한다"면서도 "한국에서 한미, 남북관계 등 정치 사안에 의견을 내지 않으면 노동자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 MZ세대는 2002년 반미 투쟁을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이며, 시간이 흐르면 정치 문제 개입이 결과적으로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바꾸는 데 중요한 의제라는 사실에 동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종혁 기자 /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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