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중국경제]식량 안보 경제이익 미 중 충돌

입력 : 2023.02.20 09:18:09 I 수정 : 2023.02.20 09:28:53
중국은 글로벌 최대 식량 수입국이다. 전 세계 식량 교역의 절반을 차지한다. 2021년 수입량은 1억6454만 톤으로 사상 최고치다.

지난해에도 중국 전체 식량 생산의 21.4%의 물량을 수입한 상태다. 이른바 중국서 가장 중요하다는 1호 문건의 단골 주제도 식량안보다.

중국은 최소 경작지를 3600억 평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경작지 확보냐 개발이냐의 기준이 되는 일종의 ‘레드 라인’인 셈이다.

중국 국토자원부 통계를 보면 중국의 농지전용 면적은 12억2600만 평 규모다. 이 가운데 중앙정부인 국무원의 비준으로 개발된 면적이 5억8600만 평이다. 1년 전보다 79% 증가한 규모다.

전용농지에 투자 유치한 프로젝트는 999개다. 투자금액으로 따지면 7820만 달러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전용한 농지는 6억4000만 평이다.

식량 생산을 위한 농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도 공장용지나 택지로 전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농지의 전용은 지방정부의 재정수입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개혁개방 이후 공단을 조성하거나 택지로 만든 다음 토지 사용권을 팔아 수익을 올린 주체가 바로 지방정부다.

지방정부는 토지 사용권 판매를 원활히 하기 위해 특별 채권을 발행한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지방정부의 채무 잔액은 4조9000억 달러 규모다. 2021년 말 4조2600억 달러에 비해 15% 정도 늘어난 수치다. 15% 증가율은 작년 GDP 성장률 3%의 5배다.

농촌에서도 농사짓기를 꺼리기는 마찬가지다. 1년 농가 소득은 평균 5586달러 정도다. 여기에서 농약과 종자 등 비용 4190달러를 빼면 먹고살기도 빠듯하다. 수많은 농민공이 도시로 몰려드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중국 식량의 80%를 13개 주요 식량 생산 단지에 의존하는 구조다. 그나마 식량생산 단지의 효율은 낮다. 지방재정에 대한 기여도도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농지를 택지로 가장 많이 전용한 시기는 1997년부터 2004년까지다. 당시 연간 10억7000만 평이 택지로 전용됐을 정도다. 전체 택지 절반이 농지를 전용해 만든 셈이다. 같은 기간 중국의 식량 생산량은 5억1200만 톤에서 4억3100만 톤으로 감소한 상태다.

통계를 보면 1980년부터 2021년 사이 저장 푸젠 광둥 등 3개 성 GDP가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43%, 4.27%, 10.87%다. 저장성은 3.95% 늘었고 푸젠성은 1.92% 그리고 광둥성은 5.49% 상승한 수치다.

반면 이들 지역 식량이 중국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0.91%, 0.74%, 1.87%다. 저장성이 4.48%, 푸젠성은 2.50% 그리고 광둥성이 5.25%씩 줄어든 데 따른 결과다.

인구구성도 불균형하긴 마찬가지다. 중국 동북지역의 경지면적은 전체의 23%를 차지한다. 하지만 인구는 7%다.

두 차례에 걸친 국토조사 자료를 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의 경지면적 감소분은 200억2600만 평이다. 작년 말 공표한 국토조사 자료를 보면 예비 농지만 160억 평이다.

하지만 예비 농지 대부분은 중서부지역이고 그나마 산재해 있다. 실제 예비 농지로 사용 가능한 곳은 160억 평의 35% 정도다.

이런 중국 농지 부족을 메꿔 주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미국과 중국은 농산물 교역만 놓고 보면 ‘윈 윈’ 관계다.

미국 농업부 데이터를 보면 중국은 미국의 최대 농산물 수출 시장이다. 중국이 미국서 구매한 농산물은 2020년 가장 많았던 시점을 기준으로 388억5000만 달러 규모다. 중국도 미국 농산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건데 최근 들어 미국이 중국의 농업 투자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노스다코다주의 그랜드 폭크시에서 중국 푸펑그룹의 농산물가공공장 건설을 막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랜드폭스 시장을 비롯해 현지 주민들이 중국 푸펑그룹의 3700에이커 규모의 토지 구입을 허락한 게 2년 전이다. 7억 달러 들여 옥수수 가공공장까지 지으면 일자리와 세수도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지 농민도 옥수수 판로를 하나 더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중국이 상업행위를 이용해 미국 국방 시설에 접근하려 한다는 의심한 군 당국에서 나온다. 중국 공장이 미국 미사일 통신 시설과 인접한 곳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예 중국인의 농지 구매를 금지하는 조치도 추진 중이다. 중국이 미국 내 토지와 축산 곡물 농업설비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게 식량안보에 위협을 준다는 미 중 경제안전위원회의 지난해 5월 보고서를 근거로 취한 조치다.

미국은 법률로 민감한 정부시설 부근 부동산을 외국인에게 매도할 경우 외국투자위원회(CFIUS)의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특히 최근 풍선 사건 등으로 미국 내에서는 안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상태다.

WSJ은 지난 7일 농지거래가 미 중 충돌을 유발하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중국인의 미국 내 보유한 땅이 33만8000에이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농업부에 테이터 정보공개를 요구한 결과다.

2020년 기준 외국 기업과 개인이 미국 농지 구매한 비율은 전체의 3%다. 이 중 중국 관련 기업이나 개인은 1% 이하다.

지역별로는 중국 투자의 절반은 텍사스주에 몰려 있다. 중국의 토지매입 상위 5대 주 가운데 노스캐롤라이나주 버지니아주 텍사스주 유타주 등 4개 주는 외국인 소유 제한 규정이 없다.

5위인 미주리주만 외국인 투지 소유 상한제를 희망하는 중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외국인 농지 소유제한 규정 만들고 있는 지역은 22개 주에 달한다. 특히 몬테나 와이오밍 뉴저지 노스다코다 주에서 적극적이다.

아무튼 미 중 양국이 식량안보와 경제이익을 두고 충돌하는 배경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한 몫 거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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