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에서 내 이름 빼달라" 산으로 가는 연금개혁 논의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입력 : 2023.02.20 17:43:24 I 수정 : 2023.02.24 11:03:21
국회 연금특위 산하 자문위
최종보고서 제출 앞두고 내홍
2개월 논의에도 사실상 빈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최종 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내홍에 휩싸이면서 가뜩이나 정치권의 갑작스러운 개혁 방향 선회로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사실상 '빈손'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20일 민간 자문위원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꾸려진 자문위는 이날까지 연금특위에 낼 자문위 보고서의 초안을 각자 제출할 예정이었다. 보고서는 위원 16명이 분야를 나눠 작성하고 이를 종합하는 방식이다.

당초엔 보고서 분야마다 작성 위원이 누구인지 명기하기로 했지만, 이를 자문위 공동 작성으로 기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위원회가 극심한 갈등상을 보이고 있다. 한 자문위원은 "최종 결과물을 내는 데 대해 위원들 간 신뢰가 없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각 위원들이 쓴 내용은 최종 작성 이후엔 다른 위원들에 의한 검토나 수정 등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보고서에 담길 예정이다.

앞서 자문위는 두 달간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을 집중 논의했지만, 요율 인상에 대한 여론이 싸늘해지고 정치권도 이에 편승하면서 자문위 논의 방향이 졸지에 '모수개혁'에서 '구조개혁'으로 바뀌어버렸다. 연금특위는 자문위 보고서에서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의무 가입·수급 개시 연령 등 핵심적인 수치를 모두 제외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문위 보고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속 빈 강정'이 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한 자문위원은 "위원들간 신뢰가 없어진 데다 보고서 자체가 크게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종적으로 보고서 작성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는 위원들이 나올수 있다"면서 분위기의 심각성을 알렸다.

자문위를 통한 연금개혁 논의에 시작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금개혁이 어떤 개혁안이 도출되더라도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는 사안인 만큼 정부에서 책임지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자문위원은 "연금개혁은 결국 내는 돈을 올려야만 하는 것이라 거위 깃털을 뽑듯 접근하고 이를 책임질 주체가 있어야 한다"며 "연금개혁을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 전문가를 모아 2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합의안을 만들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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