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자본잠식 코앞인데 … 전기료 인상 딜레마

송광섭 기자(opess122@mk.co.kr)

입력 : 2023.02.20 17:43:24 I 수정 : 2023.02.24 11:03:21
작년 영업손실 30조원 달할듯
尹 "공공요금 속도조절" 지시에
2분기 전기료 인상도 불투명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낸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딜레마에 빠지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전의 자본잠식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요금 속도 조절을 강조하면서 2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매일경제가 한전 전력통계월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전의 전력 구입금액은 총 88조863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53조4692억원)과 비교해 66.2% 증가한 수치다. 이와 달리 지난해 한전의 판매수입은 66조300억원에 그쳤다. 지난 1년간 22조8332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같은 기간 킬로와트시(kwh)당 구입단가는 155.5원인 반면, 판매단가는 120.5원에 불과했다. kwh당 35원씩 밑지고 판 셈이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지난해 한전의 영업손실이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무엇보다 한전의 적자를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자본금과 적립금 합산액은 45조원이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30조원을 기록하면 자본금과 적립금은 15조원만 남게 된다. 다시 말해 올해 영업손실이 15조원을 넘어서면 자본잠식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이 15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한전은 올해 영업손실을 25조원으로 자체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재무 개선 기대 효과가 7조원인 점을 반영하면 연간 영업손실은 18조원이다. 즉, 자본잠식을 피하려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전기요금 인상이 3개월만 늦어져도 기대할 수 있는 재무 개선 효과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오는 2분기 요금 인상 여부가 중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심지어 외부 자금 조달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말 한전의 채권 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 합산의 2배에서 최대 6배로 확대됐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30조원일 경우 한전의 채권 발행 한도는 90조원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전의 채권 발행 잔액은 약 74조원에 달한다. 추가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16조원에 불과한 셈이다. 한전이 지난해에만 약 30조원 규모의 채권을 신규 발행한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발 물가 상승 우려 탓에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올해 하반기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심지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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