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20여년 만에 ‘시장 띄우기’ 국채 환매 재개

김인오 기자(mery@mk.co.kr)

입력 : 2024.05.29 16:12:27
재무부 “시중 유동성 촉진 목적”
투자자들 시선은 4월PCE물가로
업계 “美국채 반등 크지 않을 것”
연준 첫 금리 인하 시기가 관건


미국 재무부가 20여년 만에 국채 환매를 통해 시장 돈풀기에 들어갔다. 뉴욕증시 투자자들은 국채 환매를 앞두고 최근 10년만기 이상 미국 중장기 국채 가격이 하락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채권 매매 시기를 저울질 하는 분위기다.

29일(이하 현지시간)부로 미국 재무부는 일반 국채와 물가 연동형 국채(TIPS) 바이백(환매·buy back)을 시작했다. 앞서 이달 초 재무부는 오는 7월까지 미국 국채 최대 20억 달러어치를 일곱 차례에 걸쳐 총 140억 달러어치, TIPS 는 최대 5억 달러어치를 두 차례에 걸쳐 총 10억 달러어치 환매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미국 국채 환매는 재무부가 시중에 돈을 푸는 효과를 낸다. 재무부가 2000년대 초반에 정기적으로 집행하다가 지난 2002년 4월 종료했지만 22년 만에 다시 부활한 셈이다. 조쉬 프로스트 재무부 금융시장 담당 차관보는 “채권 시장 유동성을 촉진하고 재무부의 현금 운용 여력을 확대해 시장성 부채를 줄이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추후 국채 가격·수익률 향방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이달 들어 미국 주요 국채 가격은 전반적으로 반등했다.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달 1일 연 4.96%이던 것이 28일 기준 4.94%로 하락했고, 시중 장기 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같은 기간 4.63%에서 4.54%로, 만기가 가장 긴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74%에서 4.66%로 떨어졌다. 채권은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이 하락하는 식으로 반대로 움직인다. 한국 투자자들이 한 때 앞다퉈 매수했던 미국 장기물 국채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인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3X’(TMF)는 지난 달 30일 이후 약 6% 올라섰다.

이달들어 미국 국채 가격이 반등한 것은 재무부의 국채 환매 방침 뿐 아니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발표한 양적긴축(QT) 종료 시그널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뒤섞인 결과다. 연준은 다음 달부터 매달 국채 상환 규모를 기존 600억달러에서 250억달러로 줄임으로써 QT 속도를 줄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월가에서는 미국 상무부가 오는 31일 뉴욕증시 개장 전 발표할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향방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달 미국 종합 PCE 지수가 전달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 2.7% 오를 것이고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지수는 전달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2.8%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을 수록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채 가격 반등은 재무부의 환매에 앞서 연준의 금리 인하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스위스재보험은 지난 주 미국 경제 전망을 통해 미국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더 느리게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을 근거로 연준이 올해 3분기 이후 두 차례만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고금리 기조에 따라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기존 전망보다 0.2%포인트 높은 4.4% 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CME 집계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미국판 기준금리) 선물시장 전문 투자자들 역시 연준의 첫 금리 인하는 9월에 이뤄질 확률이 55.5%로 가장 높다고 보고 있다.

한편 재무부는 이달 말부터 단기물인 4주·6주·8주 만기 국채 입찰 규모를 확대한다. 이후 재무부는 단기물 수요를 감안해 오는 6월 15일 원천징수·법인세 중간 납부일을 전후해서는 입찰 규모를 소폭 줄였다가 7월부터 다시 늘릴 계획이다. 앞서 작년 3분기 재무부는 장기물 국채 입찰 규모를 늘렸다가 뉴욕증시가 일제히 급락하는 사태를 경험한 후 단기물 위주로 국채 입찰을 늘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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