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 8개월만에 경유 역전 수급 불안으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비싼 이례적인 현상이 지속되다가 8개월 만에 정상화됐다. 2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가 경유보다 40원 비싼 가격으로 표시돼 있다. <박형기 기자>
고유가로 인한 고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12년 만에 휘발유·경유 도매가격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물가 안정을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정유업계는 영업비밀을 공개하면 출혈 경쟁을 유발해 시장 질서를 더 교란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3일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에 따르면, 경제1분과위원회는 24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다. 개정안이 이번 심의를 통과하면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공표된다. 심의 결과에 따라서는 추후 재논의를 거칠 수 있다.
개정안은 정유사들이 기존에 공개한 자료 범위를 △정유사별, 지역별 판매량·매출액·매출단가 △정유사별, 전체 판매 대상별(일반대리점, 주유소 포함) 평균 판매가격 △정유사가 주유소에 판매한 지역별 평균 판매가격 등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에 한 차례 추진됐으나 규개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철회됐다. 정부가 개정안을 재추진하고 나선 것은 고유가 상황에서 석유 제품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유사 간 경쟁을 촉진해 국내 석유 제품 가격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평균 공급가격을 공개하는 현행 규정도 강력한 규제"라며 "지역별 공개까지 요구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과잉 규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장경제 근간을 훼손하려는 시도로 위헌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는 생산량의 60%를 수출하는 업종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른 시기에 해외에서 외화를 벌어온 효자 산업"이라며 "정유사들이 큰 이익을 냈다고 해서 무조건 규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