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1월에도 스마트폰 재고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 반도체 재고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입니다. 과거 사례와 비교했을 때 반도체 가격 하락도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1월 스마트폰 채널 재고는 390만대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 4분기 1900만대 줄어들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 하락 폭을 기록했는데, 올해 1월에도 강한 재고 감소가 이어졌다는 설명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대표적인 반도체의 전방 산업입니다.

단 재고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수요가 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1월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8% 감소한 9030만대에 그쳤습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춘절로 인해 영업일이 적었던 영향도 있지만 스마트폰 소비가 살아난 것을 재고 감소의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출하량과 채널 재고가 동시에 줄어들었다는 것은 유통 쪽에서 추가 스마트폰 주문 없이 기존 재고를 소진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기존 재고 소진에 따라 재고는 줄었지만 추가 주문도 하고 있지 않아 출하량도 동시에 감소한 셈입니다.

물론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 ‘중국 리오프닝’이라는 기대 요소가 있는 상황입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스마트폰 판매의 80%는 오프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라며 “오프라인 활동이 늘면서 자연스레 IT 하드웨어 기기에 대한 소비도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조 연구원에 따르면 춘절 연휴 기간 중국 박스오피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 늘었고 국내 여행객도 23%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늘어난 오프라인 활동이 스마트폰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재고 소진 소식이 전해지는 스마트폰과 다르게 반도체 재고는 여전히 너무 많은 상황입니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스마트폰 공급망에서 반도체(메모리 및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 포함)의 재고가 가장 많습니다. 심지어 4분기 호실적에 주가가 급등한 엔비디아도 재고는 215일 수준으로 여전히 높은 상황입니다.

그래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바닥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이나 매출의 바닥은 올해 내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매출이 전년 대비 반으로 줄어든 것은 지난 30년간 2001년이 유일한데, 당시 60% 하락했었다”라며 “이번에도 작년 16% 하락에 올해 50% 하락을 더하면 약 60% 하락이 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즉 매출 기준으로 봤을 때 역사적으로 가장 크게 기록한 하락 폭과 유사한 수준으로 이미 떨어졌다는 뜻입니다.

특히 반도체 업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공급을 줄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엔 반도체 가격이 저렴하면 그만큼 많이 팔렸지만 최근엔 가격을 내려도 그만큼 수요가 늘고 있지는 않습니다. 가격 반등을 위해 공급 축소가 필수인 이유입니다. 황 연구원은 “더 만들어 싸게 팔기보다 덜 만들어 가격을 지키려는 감산이 확대되고 있다”며 “높은 가능성으로 업계의 이번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더 공격적인 공급 축소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