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방패 뒤에 숨은 공기업들 … 수십조 적자에도 억대연봉 잔치

송광섭 기자(opess122@mk.co.kr),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입력 : 2023.02.27 17:46:20 I 수정 : 2023.02.27 20:45:21
경쟁 없는 공기업, 생산성 악화·실적 곤두박질
코로나·에너지 위기 닥쳐도
자구노력 없이 방만경영 여전
1인당 영업익 크게 줄었는데
文정부서 정규직 10% 늘어나
낙하산 논란·성과급 잔치 반복
전문가 "공기업 개혁 더 시급"






독점적 사업 구조를 지닌 국내 공기업들 가운데 국민 혈세를 바탕으로 직원 숫자를 늘리거나 고액 연봉 잔치를 벌이는 기업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통신 분야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며 독점 규제를 혁신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정부 산하 공기업들에 대해 보다 엄정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공기업 생산성이 크게 추락했지만 억대 연봉자는 여전히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5대 은행만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게 아니라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도 사실상 국민 눈높이 수준에 맞지 않는 연봉 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억원 이상 연봉을 받은 직원은 한국전력공사 3589명, 한국가스공사 1415명이다. 전체 직원 중 각각 약 15%와 약 34%를 차지했다. 최근 5년간 한전의 억대 연봉자는 계속 증가했다. 2018년 1752명(7.8%)에 불과한 연봉 1억원 이상 직원은 2021년 처음으로 3000명을 돌파했다. 2018~2019년 각각 1조952억원, 2조59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시기에도 억대 연봉자는 10~13% 증가했다.

한국가스공사의 억대 연봉자는 2019년 964명에서 2020년 1134명으로 늘어난 뒤 2021년 942명으로 소폭 줄었다. 지난해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다시 증가하면서 억대 연봉자가 2021년보다 46.8%나 증가했다.

두 기업은 에너지 대란 속에 재무상태가 크게 악화됐지만 여전히 직원들은 과도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전기요금을 1년 전보다 29.5%, 도시가스는 36.2% 각각 인상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의 영업손실을 메우려면 올해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더 큰 문제는 독점적인 사업 구조에도 국내 공기업의 생산성이 5년 만에 급격히 추락했다는 점이다.

매일경제가 한국철도공사·한전·한국수력원자력·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국내 35개 공기업(2021년 출범한 한국광해광업공단 제외)의 2017년과 2022년의 생산성을 비교 분석한 결과 35개 공기업의 지난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총 10조3098억원으로 나타났다. 2017년 상반기 영업이익(10조2012억원)과 비교하면 5년 새 영업실적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공기업 직원 1인당 영업이익도 덩달아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상반기 8368만원이던 1인당 영업이익은 이후 급격히 줄더니 지난해 상반기에는 적자로 전환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기업 정규직 채용을 늘린 점도 주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상반기 35개 공기업의 정규직은 13만4396.5명(임원 제외)으로 2017년 말(12만1900명)에 비해 10.3% 늘었다. 경영 실적이 추락한 와중에서도 정규 직원은 오히려 늘면서 1인당 영업이익이 크게 나빠진 셈이다.

실제로 한전은 지난해 32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규모 적자를 냈고, 6개 발전자회사도 대부분 영업이익이 대폭 줄거나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 5년간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영업손실로 돌아섰고, 대한석탄공사는 적자폭이 약 2배 증가했다. 난방비 대란의 중심에 있는 가스공사는 이 기간 영업이익이 51.6% 증가했다. 하지만 판매 손실금을 미수금으로 분류한 데 따른 회계상 '착시'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가스공사 미수금은 9조원에 달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도 코로나19 영향이 완전히 가시지 않으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강원랜드는 이 기간 영업이익이 70% 이상 감소했고, 철도공사는 적자폭이 20배 가까이 불어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도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의 인력을 대폭 늘렸지만 그에 상응해 1인당 부가가치는 커지지 않았다"며 "꼭 필요한 인재를 충원한 게 아니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업계 전문가는 "공기업의 경우 독점적인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요금 결정 등 사업적인 부분에서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공기업에 대한 낙하산 인사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된 한국예탁결제원도 최근 낙하산 논란에 내홍을 겪고 있다. 예탁원은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 경제 분야 싱크탱크에서 활동했던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을 사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논의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싱크탱크를 이끌었던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그는 대학 동기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해 말 취임한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이 대표적이다. 철도공사 사장 출신으로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최 사장도 윤석열 캠프에서 신재생에너지 특별위원장을 맡았다. 야당에서도 비전문가를 임명한 점을 줄곧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윤석열 캠프 출신으로는 정용기 난방공사 사장과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이 있다.

[송광섭 기자 / 박인혜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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