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잇단 사고에 책임론 공운위 처리…尹재가땐 확정 코레일 사장, 결국 해임 의결 나희승 사장 해임 불복 땐 '한 지붕 두 사장' 재현 우려
정부가 잦은 안전사고와 저조한 경영평가를 이유로 나희승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에 대한 해임 절차에 착수했다. 절차가 확정되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해 '알박기' 논란을 빚은 현직 공공기관장에 대한 첫 번째 해임 사례여서 주목된다. 특히 이번에 정부가 내린 조치는 방송통신위원회, 국가권익위원회 등 문재인 정부 기관장들이 버티고 있는 다른 정부 부처에도 민감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기획재정부는 27일 최상대 제2차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국토교통부가 올린 나 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의결했다. 국토부는 코레일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나 사장과 코레일에 대한 대대적 감사를 벌였고, 그 결과 기관 운영·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나 사장 해임을 건의했다. 공운위 의결에 따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해임을 제청해 재가가 나면 해임이 확정된다. 해임은 이르면 이번주 중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文알박기 인사' 아직도 수두룩 방통위·권익위 수장 거취 촉각
나 사장은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인 2021년 11월 임명돼 '인사 알박기'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그는 정부의 징계 압력에도 임기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했다. 나 사장은 지난 15일 국회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진 사퇴를 압박하자 "공사의 안전 체계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끝까지 소명을 다해야 한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나 사장이 정부 조치에 굴복하지 않고 소송전으로 맞설 가능성도 있다. 기관장 해임 조치를 받은 코레일은 지난해 경부고속선 대전~김천구미역 구간 영동터널 인근 한국고속철도(KTX) 궤도 이탈(1월), 대전조차장 수서고속철(SRT) 궤도 이탈(7월), 남부화물기지선 오봉역 직원 사망 사고(11월) 등 전년(48건)을 웃도는 60건 이상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코레일은 2021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인 E등급(아주 미흡)을 받았고, 작년 평가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 사장에 대한 이번 해임 조치는 버티기에 돌입한 문재인 정부 임명 기관장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강경 조치를 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사퇴 압력을 거부하는 인사 중에는 과거 정권에서 임명한 인사가 상당수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국책연구기관을 총괄하는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정기환 한국마사회장,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강현수 국토연구원 원장,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감사 등을 통해 이들의 사퇴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특히 한상혁 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의혹으로 검찰 조사까지 앞둔 상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지난해 대선 직후 작성한 '문재인 정부 주요 알박기 인사' 명단에는 공공기관장급 13명, 공공기관 이사·감사 46명을 합쳐 총 59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다만 나 사장이 해임에 불복하고 소송전에 돌입하면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펼쳐진다. 국토부 안팎에서는 나 사장이 지속적으로 사퇴 거부를 표명한 만큼 해임을 취소하는 소송을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 나 사장이 1심이라도 소송에서 이기면 기형적인 '한 지붕 두 사장' 사태가 닥쳐 기관 경영에 혼란이 생긴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은 벌써 지난 정부에서 해임에 불복한 기관장들이 소송에서 이겨 임기를 지켜낸 전례가 2건이나 있다. 김현미 전 장관 시절 해임된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 사장은 불복 소송에서 이겨 정식 임기 만료인 지난해 4월까지 김경욱 현 사장과 두 사장 체제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