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갈곳 잃은 자금, MMF로 25조 몰려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입력 : 2025.01.08 15:58:49
올 들어 MMF에 25조 유입
국내 채권, 북미 주식에도 뭉칫돈
투자자 예탁금은 2조 감소
금리인하 기조에 채권 수요 늘고
美 주식형 펀드에도 자금 몰려
국내 주식형 설정액은 감소


국내외 정치·정책 불확실성이 심화한 가운데 새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 25조원이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미국 증시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로 국내 채권형 펀드, 북미 주식형 펀드에도 뭉칫돈이 유입됐다.

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MMF 설정액은 145조2139억원으로 지난해 12월 30일보다 25조1263억원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2조2195억원 감소했다.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MMF는 금리가 높은 만기 1년 이내의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금융상품에 집중투자 해 얻은 수익을 돌려주는 초단기금융상품이다. 환매수수료 없이 수시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돈을 예치해도 운용 실적에 따른 이익금을 받을 수 있어 단기자금 운용에 적합하다.

MMF 다음으로 설정액이 많이 증가한 것은 국내 채권형 펀드다. 같은 기간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9974억원 늘었다. 이 중 85%인 8492억원은 초단기채권 펀드로 몰렸다.

지난달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금리 인하 예상 회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조정했으나, 금리 인하 기조가 유지되면서 채권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는 미국의 금리 흐름을 따라간다. 또 국내의 경우 저성장 우려가 커지면서 기준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할 필요성도 커졌다.

일반적으로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향후 기준 금리가 예상대로 내린다면 채권 가격이 오른다. 금리가 높은 수준인 현재 미리 채권을 사 놓으면 나중에 금리가 내려갈 때 그만큼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현 수준인 3.00%에서 2.75%로 인하될 전망”이라며 “높아진 경기 하방 위험, 정치적 불확실성 요인에 따라 정책 부재 리스크를 고려해 통화당국이 기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분기에도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이뤄져 올해 한국의 최종 금리 수준은 2.5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채권에 쏠리는 투자심리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국내 채권형 ETF 설정액은 올해 들어 7913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ETF 설정액이 1480억원 증가한 것보다 빠르게 늘었다. 국내 주식형 ETF 설정액은 2847억원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국내 채권형 펀드 다음으로는 북미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몰렸다. 올해 들어 글로벌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1442억원 증가한 가운데 북미 주식형 펀드 설정액 증가액은 이 액수의 90%에 달하는 1348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국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은 가운데 투자자들이 올해도 미 증시 상승세를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외에 전 세계에서 성장세를 담보로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지역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투자금이 미국으로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 기술 리더십을 보유한 기업도 미국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852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말 코스피 지수가 연간 9.6% 하락한 가운데 국내 증시에 대한 비관론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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