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2심 판결문…"경제실질 부합시 부정회계 단정 어려워"

850쪽 분량에 230여쪽 할애해 부정회계 부분 상세히 판단
한주홍

입력 : 2025.02.07 19:19:52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1심 무죄 판결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2024.2.5 dwise@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주홍 이미령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는 쟁점이 됐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 "경제적 실질에 부합한다고 볼 여지가 큰 회계 처리를 부정 회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7일 공개된 총 851쪽 분량의 판결문 중 230여쪽을 할애해 이처럼 부정회계 부분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이유를 상세히 적었다.

2심에서는 삼성바이오의 부정회계 여부가 치열하게 다퉈졌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바에피스)의 합작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부채로 인식할 경우 발생하는 자본잠식을 회피하기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삼바에피스)에 대해 지배력 상실 처리를 했다고 봤다.

이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던 이 회장의 형사재판 1심과 달리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은 자본잠식 회피라는 목적 아래 결론을 미리 정한 뒤 이를 합리화하는 처리를 한 건 회계처리기준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사실상 분식회계를 인정한 셈이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행정법원의 판결을 반영해 공소장을 변경한 뒤 "원칙중심 회계처리 아래에서 회계처리 과정, 목적, 동기 등이 중요하다"며 "특정한 결론을 정해놓고 사후에 이를 합리화하는 것, 특정인에게 유리한 숨겨진 의도가 관여한 경우 등은 회계처리 재량권을 남용한 부정회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미리 정한 특정한 결론이 결국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대안 중 하나였다면 그것을 부정회계로 봐야 할 필요성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또 "회계처리 결과가 특정인에게 유리한 것이라는 점만으로도 부정회계가 된다고 보이지 않으며, 그것이 보고기업의 경제적 실질에 기초한 유용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는 한 부정회계로 제재할 정책적 필요성 또한 없다"고 봤다.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이재용, 항소심 무죄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2025.2.3 hwayoung7@yna.co.kr

아울러 재판부는 "원칙중심 회계에서 요구하는 회계처리의 '합리적 이유와 근거'는 객관적으로 최선의 대안을 선택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면 충분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것이 주관적 선의에 기초한 것인지까지 심사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자회사인 삼바에피스의 사업 성공 가능성이 커졌음에도 오히려 삼성바이오의 부채가 늘어나 자본잠식에 빠진다는 회계처리는 삼성바이오의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한 데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회계처리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행위가 있다고 인정했으나, 그 결과 역시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기 때문에 합리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4년 말 삼성바이오가 신용평가기관 등에 의뢰해 만든 콜옵션 평가 불능 보고서에 대해선 문구를 먼저 제시하거나 공문의 작성일자를 특정 날짜로 소급해 작성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거짓 기재나 조작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피고인들이 특정한 의도 내지 방향성을 드러내거나 문서를 조작하는 등의 부적절한 행위가 개입했으나, 그 처리 결과는 삼성바이오의 삼바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이라는 경제적 실질에 부합한다"며 "그 판단에 이르는 근거와 과정에 최소한의 합리성이 존재함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검찰이 형사상고심의위원회의 '상고 제기' 심의 의견을 반영해 이 회장 등에 대한 상고를 결정함에 따라 이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juhong@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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