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예상치 상회' 충격 여파 3월 금리 동결 유력해지자 저금리 덕보는 중소형주 직격 중형주 ETF 하루에 2조 빠져
미국의 물가 상승 지속으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며 미국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 자금 등 비용 면에서 중소형주는 저금리가 유리한데 예상보다 금리 인하 속도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13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미국 중형주 위주 400개 종목으로 구성된 S&P 미드캡 400 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스 코어 S&P 미드캡 ETF(IJH)'의 순자산은 12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16억1320만달러(약 2조2306억원) 줄었다. 이날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 중 가장 큰 감소 규모다.
이 ETF는 지난 일주일 동안 자금 9억2180만달러(약 1조3375억원)이 순유출돼 순자산이 17억3860만달러(약 2조5226억원) 줄었다.
미국 주식 시가총액 1001위부터 3000위까지 종목을 넣은 대표 중소형주 지수 러셀 2000을 추종하는 '아이셰어스 러셀 2000 ETF(IWM)'도 이날 하루 만에 순자산이 5억9480만달러(약 8630억원) 감소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순자산 감소 규모는 15억5090만달러(약 2조2502억원)에 이른다.
이날 S&P 미드캡 400 지수와 러셀 2000 지수는 각각 0.7%, 0.87%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지난 일주일 동안 각각 2.34%, 2.61% 떨어졌다.
특히 두 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각각 3.67%, 2.68% 하락하며 같은 기간 S&P500과 다우존스 지수, 나스닥종합지수 등 대형주가 포함된 지수보다 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금리 인하 의지가 강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취임으로 기대됐던 금리 인하가 생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중소형주에 유입됐던 자금도 함께 빠지는 모양새다.
통상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고금리보다는 저금리 환경이 유리하다고 평가받는다. 기업을 키우기 위한 투자 자금을 대출받을 때 금리가 낮을수록 부담이 낮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 전월 대비 0.5% 올랐다. 전월 대비로는 2023년 8월 이후 최대치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등 품목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3.3%,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CPI 상승률이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3월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이날 1월 CPI 발표 직후 3월 기준금리 동결 확률은 97.5%까지 치솟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전날인 11일 열린 미 연방 상원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연준의 2% 장기 목표에 견줄 때 다소 높은 상황"이라며 "정책 기조 조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시 잼너 클리어브리지 인베스트먼트 투자 전략 애널리스트는 "연준은 일단 기다려 보자고 했지만 뜨거운 1월 CPI 보고서로 더 오래 기다리게 될 것"이라며 "이 보고서는 금리 인하 사이클의 마지막 못을 박았다. 금리 인하 주기는 끝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