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모르는 스타트업 창업은 나침반 없는 항해”

이윤식 기자(leeyunsik@mk.co.kr)

입력 : 2025.02.13 17:38:56 I 수정 : 2025.02.13 18:26:43
김동한 법무법인 지평 고문
투자증권·신기술금융사 경력 바탕
‘창업가를 위한 재무로드맵’ 펴내
“특정 투자자 의존 말고 조달계획 1년전 짜야”


김동한 법무법인 지평 고문이 서울 중구 지평 사옥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창업가를 위한 재무 로드맵’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이윤식 기자]
“스타트업 창업·경영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빼면 조달부터 엑시트까지 전부 돈의 영역이예요.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탄탄한 재무 전략이 필수죠.”

13일 김동한 법무법인 지평 고문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최근 ‘창업가를 위한 재무 로드맵’을 출간한 이유를 “재무 전략은 스타트업 창업이라는 항해에서 나침반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24년간 신한투자증권에서 IB·기업금융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신기술금융회사 엑시스 인베스트멘트의 대표이사로 기업 심사·투자를 맡으며 쌓은 경험과 가천대 경영학부 겸임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갈고 닦은 재무 이론을 이 책에 녹여냈다.

김 고문은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기술 개발에 몰입하고 재무 관리는 CFO(최고재무책임자) 등에 일임하는 경향이 크다”라며 “창업가 자신도 최소한의 재무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이 흔히 빠지는 함정 중 하나로 ‘과도한 확장 전략’을 꼽았다.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들이 먼저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무리한 인수합병(M&A)이나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빠른 의사결정과 성장을 강조하다 보면 내부 통제나 재무·회계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두번째 유니콘 기업이었던 Y사가 몰락한 이유도 이 같은 맥락에서 찾았다. 해당 기업은 2014년 기업가치를 40억 달러로 인정받았지만 2017~2018년 감사의견에서 ‘거절’ 의견을 받았다. 회계법인이 이 기업의 재무제표를 인정해주지 않은 것이다. 그는 “재무적 지표를 보지 않고 감이나 트렌드만으로 결정하면 과도한 확장으로 인해 재무적 실패를 겪기 쉽다”고 했다.

스타트업들이 소수의 특정 플랫폼이나 투자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타트업이 특정 대기업이나 한두 곳의 투자자에 재무 구조를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해당 파트너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순간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게 된다는 지적이다.

벤처캐피탈이나 엔젤투자자들로부터 투자 유치하는 것뿐 아니라 대출과 지원금 제도도 적절히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김 고문은 “국내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각종 지자체 지원 프로그램 등 창업 지원 제도가 다양하다”라며 “창업재무를 잘 이해해야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제도를 활용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자 보전이나 세제 혜택 등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일수록 기존 업계와 정부 규제의 변수를 철저히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가 택시 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던 것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규제 변화를 예상하지 못한 기업은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규제 변화나 시장 트렌드 변동 시 추가 비용과 예상 매출 감소 등을 고려한 재무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비상 자금을 마련하거나 고정비 구조를 조정해 생존 가능성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김 고문은 “2025년 현재는 고금리와 정치적 불안정성 때문에 스타트업을 시작하기에 녹록한 환경은 아니다”라며 “이럴 때일수록 예비창업가들은 재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여야 한다. 특히 자금 조달은 이행 1년전부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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