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해제될까…화장품·유통·여행·호텔·식품업계 '기대감'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수혜 기대…구매력은 낮아져""번번이 무산돼 해제될 때까지 지켜봐야"
차민지
입력 : 2025.02.20 14:51:23
입력 : 2025.02.20 14:51:23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중국 노동절 연휴를 하루 앞둔 30일 오전 제주항에 도착한 중국발 크루즈 드림호(Dream, 7만7천t급)를 타고 온 중국인 관광객이 크루즈선에서 걸어 나오며 환하게 웃고 있다.2024.4.30 bjc@yna.co.kr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차민지 전재훈 기자 = 중국이 이르면 5월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해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유통 등 관련 업계가 20일 들썩이고 있다.
증시에서도 화장품·백화점·호텔·식품 등의 업종지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전해졌으나 지난 8년간 한 번도 현실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업계도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산업계에 따르면 한한령 해제로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은 화장품이 대표적이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중국 시장에서 한류 인기로 빠른 속도로 성장했으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한한령에 직격탄을 맞았다.
한한령이 본격화한 지난 2017년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약 30%나 감소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일본, 유럽, 인도, 중동 등을 주요 전략 시장으로 육성하는 '글로벌 리밸런싱'(재조정)에 주력해왔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작년 미주 지역 매출(5천246억원)이 중화권(5천100억원)을 웃도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한한령이 해제되고 중국 고객이 한국으로 올 기회가 많아지면 사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다만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중국 사업에 투자를 강화하기보다 중국 사업 자체를 점검하고 안정화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당장 (국가를 다변화하는) 리밸런싱 전략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051900] 관계자도 "한한령이 해제된다면 중국 공식 채널에서의 K팝이나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뷰티업계의 마케팅 활동도 이전보다 활기를 띨 것"이라면서도 "여러 차례 중국 리스크(위험)를 경험한 만큼 시작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중국 인센티브 단체관광객들인 상해 웨이나 화장품 유한공사 우수사원 1천여명이 16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우수사원 연수회에 입장하고 있다.2024.12.16 soonseok02@yna.co.kr
한한령이 풀리면 양국 관광객이 늘어나는 등 여행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6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800만명을 웃돌았으나 사드 사태가 불거진 지난 2017년 420만명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중국인 관광객은 이후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끊겨 더 줄었다가 작년에 460만명을 회복했다.
한 중국 전담여행사 대표는 "한한령으로 한국으로 보내는 인원을 줄이라는 식으로 여행사들이 압박받았고, 실제 개별로 여행객을 모집한 뒤 인천국제공항에서 단체로 모여 움직이는 고육지책도 썼었다"며 "아무래도 한한령이 해제되면 앞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국 교류 확대로 중국을 찾는 한국 관광객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중국이 한국 대상으로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 이후 중국 여행이 급증하는 추세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여행산업은 심리적인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한한령 해제로 항공 공급석이 늘어나면 중국 아웃바운드(해외 여행) 시장은 큰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새해 들어 롯데면세점이 면세업계에서 처음으로 다이궁(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1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말 거래 규모가 큰 주요 중국인 보따리상들에게 이달부터 면세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롯데면세점이 면세업계에서 처음으로 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 중단이라는 고강도 체질 개선 처방에 나선 것은 수익성을 되살리겠다는 의지가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사진은 이날 서울 롯데백화점 면세점 모습.2025.1.12 jin90@yna.co.kr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면세업계의 기대감도 크다.
면세업계는 사드 사태를 기점으로 발길을 끊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한한령 해제를 계기로 다시 한국을 찾기 시작하면 그만큼 매출 증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한다.
백화점업계도 중국발 관광객 증가에 따른 간접적인 수혜를 예상한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수요가 많은 명품과 패션, 화장품 등이 특수를 누릴 것으로 본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소비 규모는 개인 관광객과 비교하기 어렵다"며 "이들의 자유로운 방한이 보장되면 백화점을 포함한 거의 모든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에서도 한한령 해제 분위기에 따라 기대감을 갖는 분위기다.
삼양식품[003230] 관계자는 "삼양식품의 경우 지난 2017년 사드 후폭풍에도 전체 수출액 중 50%를 중국에 수출하는 등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한한령이 해제된다면 중국 내 한국 콘텐츠가 활발하게 확산하면서 한국의 문화와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어 식품회사들도 추가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도 "국내 영화나 드라마가 중국에 들어가서 인기를 끌면 식음료 사업이 함께 인기를 끄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식품과 외식 업계 차원에서 환영할 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한령이 해제되더라도 중국 내수 시장 부진으로 예전만큼의 소비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중국 본토의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며 중국인들의 구매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한한령이 풀린다고 해도 과거만큼 매출 등 실적이 당장 급변할지는 미지수"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chacha@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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