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후백제 도성 발견에 '재개발 물거품' 전주 종광대2구역
조합원들 "대출금 상환 압박 불가피" vs 일부 주민 "당연히 보존해야"전주시 "사실상 재개발 무산…보상대책 마련"
김동철
입력 : 2025.02.20 14:58:55
입력 : 2025.02.20 14:58:55

[촬영 : 김동철]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입주권 프리미엄이 1억원 넘게 붙었는데….", "매장 유적이 나왔으면 당연히 보존해야지." 20일 오후 찾아간 전북 전주시 인후동 종광대2구역 재개발 현장은 공사가 멈춘 채 흙무더기가 봉긋이 올라와 있고, 방수포는 곳곳이 찢어져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이곳은 지난해 문화재 발굴 조사에서 후백제 도성벽 북벽(동서 길이 130m·너비 10∼14m·잔존 성벽 높이 2.5m)과 기와 등이 발견돼 국가유산청이 전날 '조건부 현지 보존' 결정을 내렸다.
1942년 편찬된 '전주부사(全州府史)'에는 이곳이 후백제 도성벽으로 추정된다고 기록됐고, 실제 추정 라인에 맞게 토로가 확인돼 보존 가치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촬영 : 김동철]
종광대2구역 재개발은 2008년부터 전주시 인후동1가 3만1천243㎡의 주택 등을 철거하고 지하 3층∼지상 15층 규모의 공동주택 530세대 건립을 뼈대로 추진돼 왔다.
주민들은 국가유산청의 결정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바로 앞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아파트 프리미엄이 1억원가량 붙었다"면서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에 유적 등이 발견돼 공사가 중단되면서 3∼4개월 전부터 관련 문의가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떻게 하겠냐"면서 "다만, 그동안 조합원들이 피해를 본 만큼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개발사업 조합원 190여명은 사유재산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은 "사업비가 이미 500여억원이 투입됐고 이 중 400억원은 금융권 대출로 이뤄졌다"며 "사업 중단으로 상환 압박은 불가피하고, 조합원들의 생존권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존치를 요구하는 주민 목소리도 컸다.
부근에서 10여년간 거주한 박성복(75)씨는 "역사적 유적이 나왔다면 당연히 공사를 멈춰야 한다"면서 "이곳에 대단지 아파트보다는 유적 발굴 이후 생태공원으로 조성하면 주민 복지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70대 주민도 "수년 전 바로 앞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는데 또다시 아파트촌 조성이 필요할까 싶다"면서 박씨의 말에 맞장구쳤다.

[촬영 : 김동철]
이번 결정에 따라 전주시는 보상대책협의회를 구성한 뒤 보상자문위원회 등 절차를 거쳐 보상기준을 정할 계획이다.
보상액은 1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 관계자는 "사실상 재개발은 무산됐으며 1천100년 전 후백제 유산이 나왔는데 이것을 밀어버린다면 말이 안 된다"며 "지금 결정이 10∼20년 후 '그때 보존하길 잘했어'란 소리를 듣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ollens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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