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후판 덤핑관세에…철강사 "기대" vs 조선사 "가격상승 우려"
철강업계 "중국산 저가 후판이 시장 교란…덤핑관세로 시장 정상화 기대"조선업계 "가격상승으로 경쟁력 저하…중국산 70% 쓰는 중소선사 생존 위협"
김동규
입력 : 2025.02.20 16:00:01
입력 : 2025.02.20 16:00:01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0일 18시 00분 전에는 제작 목적 외의 용도, 특히 인터넷(포털사이트, 홈페이지 등)에 노출해서는 안됩니다.
엠바고 파기시 전적으로 귀사에 책임이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김보경 기자 = 정부가 중국산 철강 후판에 최대 38%의 잠정 덤핑 방지 관세 부과를 결정하자 철강업계는 대체로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반겼다.
저가로 밀려드는 중국산 후판으로 시장이 교란되고 이로 인한 판매 감소로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던 철강사들은 시장이 정상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후판을 사용해 선박을 짓는 조선업계는 덤핑 관세 부과로 전체적으로 철강 가격이 오르면서 선박의 원가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20일 중국산 후판에 대한 예비 결과 덤핑 사실과 국내 산업의 피해를 추정할 근거가 있다고 예비 판정하고, 27.91%~ 38.02% 잠정 덤핑 방지 관세 부과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철강 후판
[현대제철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두께 6㎜ 이상으로 두꺼운 철판인 후판은 국내 유통량의 절반 이상이 선박 제조용으로 쓰이고 나머지는 교량과 플랜트 등 건설 자재로 주로 쓰인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 공급과잉으로 국내 시장에 저가재가 범람하면서 후판 가격을 같이 떨어뜨려 국내 업계도 치킨게임을 벌이며 수익이 악화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이번 조치로 시장을 지키고 수익성을 개선할 여지가 생겼다"며 환영했다.
이 관계자는 "가격을 이유로 중국산을 쓰던 수요기업들이 비슷한 가격이면 국산을 쓰겠다며 다시 주문을 돌릴 가능성이 생겼다"고 기대했다.
다른 철강사 관계자도 "국가기간산업인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정부도 판단한 것 같다"며 "중국산 저가 제품으로 교란됐던 시장이 정상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사가 후판을 생산한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전체 철강 제품 생산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5% 안팎이다.
업계 1위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 각각 340만t, 250만t 규모의 후판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2023년 기준 해외 공장을 포함해 총 660만t의 후판을 생산했으며 작년에는 3분기까지 485만t을 생산했다.

현대제철 후판 생산 모습
(서울=연합뉴스) 현대제철 후판 생산 모습.2025.1.22 [현대제철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2위 업체인 현대제철은 전체 연 200만t 규모의 후판을 생산한다.
동국제강도 금액 기준으로 전체 매출 약 4조원 가운데 4천억원가량이 후판에서 발생한다.
국내 후판 시장 수요는 연간 약 800만t 안팎으로 추정된다.
t당 100만원 수준인 후판 가격을 고려하면 국내 후판 시장은 연 8조원 규모다.
철강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후판 수요는 780만t으로, 이 가운데 중국산 후판 수입 물량이 16.6%(약 130만t)에 달했다.
중국산 후판 가격은 국산에 비해 30∼40% 안팎으로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무역위가 최대 38%의 잠정 덤핑 방지 관세 부과를 결정한 것도 이 같은 시장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국내 철강사들은 중국산 저가 후판이 밀려들면서 시장이 교란되고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동국제강의 경우 2010년대 초반 중국산 저가 후판이 국내로 밀려들면서 업황이 악화하자 일부 후판 공장 문을 닫는 등 생산을 줄이기도 했다.
철강업계는 이번 조치로 후판 시장이 정상화되면서 후판 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철강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관리를 하는 대형 조선소보다는 중소 조선소나 건설업계 등에서 중국산 대체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형 조선소와의 가격 협상에서도 합리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선업계는 철강 업계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후판 가격 인상이 우려된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의 중국산 후판 사용량은 전체의 20% 수준으로 파악된다.
중소 조선사들의 경우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산 후판을 주로 사용하는데 사용 비중은 50∼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업체의 선박 수주 계약 대부분이 헤비테일 계약(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형태의 계약)인 것을 고려하면 이번 반덤핑 관세 조치로 중국산 후판 가격이 높아질 경우 중소형 조선사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철광석 가격이 급등했던 2022년 당시 후판 가격까지 2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도 비용 부담으로 조선사들의 실적이 발목 잡힌 예가 있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의 20%를 차지하고 있어 수익성과 직결된다"며 "반덤핑 관세로 중장기적으로 후판 가격 상승이 예상되며 이는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조선사들의 원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중국 조선소의 글로벌 수주 점유율이 71%로, 한국을 크게 앞선 상황에서 자칫 재도약을 시도하는 한국 조선업계가 또다시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다른 조선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 비중이 높은 중소 조선사들은 후판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선박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등 산업계에서도 후판 가격 인상이 결국 원자잿값 인상을 초래해 공사비 증액 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후판은 조선업계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교량과 플랜트 등 건설에도 사용되는 자재"라며 "공사비를 낮추고 위해 중국산 후판을 사용하는 현장에서는 공사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vivid@yna.co.kr(끝)
엠바고 파기시 전적으로 귀사에 책임이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김보경 기자 = 정부가 중국산 철강 후판에 최대 38%의 잠정 덤핑 방지 관세 부과를 결정하자 철강업계는 대체로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반겼다.
저가로 밀려드는 중국산 후판으로 시장이 교란되고 이로 인한 판매 감소로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던 철강사들은 시장이 정상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후판을 사용해 선박을 짓는 조선업계는 덤핑 관세 부과로 전체적으로 철강 가격이 오르면서 선박의 원가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20일 중국산 후판에 대한 예비 결과 덤핑 사실과 국내 산업의 피해를 추정할 근거가 있다고 예비 판정하고, 27.91%~ 38.02% 잠정 덤핑 방지 관세 부과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현대제철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두께 6㎜ 이상으로 두꺼운 철판인 후판은 국내 유통량의 절반 이상이 선박 제조용으로 쓰이고 나머지는 교량과 플랜트 등 건설 자재로 주로 쓰인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 공급과잉으로 국내 시장에 저가재가 범람하면서 후판 가격을 같이 떨어뜨려 국내 업계도 치킨게임을 벌이며 수익이 악화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이번 조치로 시장을 지키고 수익성을 개선할 여지가 생겼다"며 환영했다.
이 관계자는 "가격을 이유로 중국산을 쓰던 수요기업들이 비슷한 가격이면 국산을 쓰겠다며 다시 주문을 돌릴 가능성이 생겼다"고 기대했다.
다른 철강사 관계자도 "국가기간산업인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정부도 판단한 것 같다"며 "중국산 저가 제품으로 교란됐던 시장이 정상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사가 후판을 생산한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전체 철강 제품 생산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5% 안팎이다.
업계 1위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 각각 340만t, 250만t 규모의 후판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2023년 기준 해외 공장을 포함해 총 660만t의 후판을 생산했으며 작년에는 3분기까지 485만t을 생산했다.

(서울=연합뉴스) 현대제철 후판 생산 모습.2025.1.22 [현대제철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2위 업체인 현대제철은 전체 연 200만t 규모의 후판을 생산한다.
동국제강도 금액 기준으로 전체 매출 약 4조원 가운데 4천억원가량이 후판에서 발생한다.
국내 후판 시장 수요는 연간 약 800만t 안팎으로 추정된다.
t당 100만원 수준인 후판 가격을 고려하면 국내 후판 시장은 연 8조원 규모다.
철강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후판 수요는 780만t으로, 이 가운데 중국산 후판 수입 물량이 16.6%(약 130만t)에 달했다.
중국산 후판 가격은 국산에 비해 30∼40% 안팎으로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무역위가 최대 38%의 잠정 덤핑 방지 관세 부과를 결정한 것도 이 같은 시장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국내 철강사들은 중국산 저가 후판이 밀려들면서 시장이 교란되고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동국제강의 경우 2010년대 초반 중국산 저가 후판이 국내로 밀려들면서 업황이 악화하자 일부 후판 공장 문을 닫는 등 생산을 줄이기도 했다.
철강업계는 이번 조치로 후판 시장이 정상화되면서 후판 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철강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관리를 하는 대형 조선소보다는 중소 조선소나 건설업계 등에서 중국산 대체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형 조선소와의 가격 협상에서도 합리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선업계는 철강 업계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후판 가격 인상이 우려된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의 중국산 후판 사용량은 전체의 20% 수준으로 파악된다.
중소 조선사들의 경우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산 후판을 주로 사용하는데 사용 비중은 50∼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업체의 선박 수주 계약 대부분이 헤비테일 계약(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형태의 계약)인 것을 고려하면 이번 반덤핑 관세 조치로 중국산 후판 가격이 높아질 경우 중소형 조선사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철광석 가격이 급등했던 2022년 당시 후판 가격까지 2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도 비용 부담으로 조선사들의 실적이 발목 잡힌 예가 있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의 20%를 차지하고 있어 수익성과 직결된다"며 "반덤핑 관세로 중장기적으로 후판 가격 상승이 예상되며 이는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조선사들의 원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중국 조선소의 글로벌 수주 점유율이 71%로, 한국을 크게 앞선 상황에서 자칫 재도약을 시도하는 한국 조선업계가 또다시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다른 조선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 비중이 높은 중소 조선사들은 후판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선박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등 산업계에서도 후판 가격 인상이 결국 원자잿값 인상을 초래해 공사비 증액 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후판은 조선업계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교량과 플랜트 등 건설에도 사용되는 자재"라며 "공사비를 낮추고 위해 중국산 후판을 사용하는 현장에서는 공사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vivid@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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