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 ETF 열차' 뒤늦게 올라타는 韓개미들

김정석 기자(jsk@mk.co.kr)

입력 : 2025.02.23 17:17:51 I 수정 : 2025.02.23 20:51:22
골드바 이어 실버바 품귀 현상
銀상장지수펀드로 뭉칫돈 몰려
美선 차익실현 물량 쏟아지고
경기둔화 우려에 투자금 이탈
뒷북투자에 손실 커질 우려도






'금 투자 열풍'의 다음 주자로 은이 꼽히자 국내 투자자들이 품귀 현상을 겪는 실버바 대신 상장지수펀드(ETF)로 몰리고 있다.

한국은 은 ETF가 뒤늦게 주목받고 있으나 미국의 경우 관련 상품에서 오히려 자금이 빠지고 인버스 상품이 이목을 끌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1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유일한 은 ETF인 KODEX 은선물(H)을 17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달 거래대금이 14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상품에 15거래일 동안 그 이상의 개인투자자 자금이 순유입된 것이다. KODEX 은선물(H)의 2월 거래대금도 250억원을 돌파하는 등 개미들의 관심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은 관련 ETF는 반대로 최근 자금이 빠져나오고 있다.

ETF닷컴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은 현물 ETF 상품인 '아이셰어스 실버 트러스트(SLV)'에서 최근 1개월간 6억8450만달러(약 980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은 선물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인 '프로셰어스 울트라 실버(AGQ)'에서는 5910만달러(약 850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반대로 같은 지수를 역으로 2배 추종하면서 은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곱버스 상품인 '프로셰어스 울트라 쇼트 실버(ZSL)'에는 860만달러(약 120억원)가 순유입됐다.

은과 달리 금은 여전히 글로벌 자금이 계속 유입되는 중이다. 미국 뉴욕 증시의 대표적 금 현물 ETF인 'SPDR 골드 셰어스(GLD)'에는 같은 기간 38억달러(약 5조4000억원), '아이셰어스 골드 트러스트(IAU)'에도 7억340만달러(약 1조원)가 순유입됐다.

한국은 최근에서야 은 투자처로 ETF가 부상했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차익실현성 매물이 나오며 자금 흐름이 엇갈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금 투자 열풍'의 풍선효과로 실버바 수요가 폭증하자 품귀 현상으로 이어져 관련 ETF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글로벌 자금이 레버리지 등 다양한 은 ETF를 활발히 거래해왔다. SLV 한 상품만 보더라도 최근 30일 일평균 거래량이 2300만주에 달한다. SLV 등 은 현물 ETF가 지난해 20% 넘게 오른 데다가 올해도 10% 이상 상승하자 차익실현성 매도 물량이 나온 것이다.

또한 금과 달리 은은 산업용 수요 비중이 커 최근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14일 발표된 미국의 1월 소매 판매와 산업생산지표가 예상보다 저조하게 나타났고, 최근에 공개된 2월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소비자심리지수도 기대치보다 움츠러들었다. 박현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산업용 수요에 민감한 은이 반응했을 수 있다"며 "올해 은이 금보다 상승 폭이 커서 차익실현 부담이 있었던 데다가 경기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자금이 움직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자금 이탈과는 별개로 여전히 은이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진단하고 있다. 금리 하락 기조가 유지되면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고 금에 비해 저평가도 극심하기 때문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평균 금은비(Gold/Silver Ratio)가 90배 정도로 은의 저가 매력이 높다"며 "가격이 치솟은 금보다 은은 하방이 단단하고 상승 여력도 많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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