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롱환자 퇴출"… 교통사고 경상은 합의금 못받는다

이희조 기자(love@mk.co.kr), 최예빈 기자(yb12@mk.co.kr)

입력 : 2025.02.26 20:31:51 I 수정 : 2025.02.26 20:42:13
정부, 보험 부정수급 방지 대책
합의금 명목 지급 향후치료비
2023년 1.7조, 5년새 20% 폭증
이중 1.4조 경상환자가 받아가
지급 기준 강화해 누수 차단
정부 "車보험료 3% 떨어질것"
손보업계 "개선안 마련 환영"
자동차 보험 손해율 하락 기대




◆ 달라지는 금융제도 ◆



일명 '나이롱환자'로 인해 자동차 보험료가 오르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26일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개인 자동차보험료가 3%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4년 10월 21일자 A1·2면 보도

개선안에 따르면 자동차 사고 '향후치료비'를 상해등급 12~14급 경상 환자에게는 지급하지 않고, 1~11급 중상환자에게만 지급하도록 보험금 지급 규정이 강화된다. 향후치료비란 치료가 끝난 후 추가로 받게 될 가능성이 있는 치료비를 합의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금액이다. 지금까지 보험사들은 조기 합의를 위해 경상·중상 환자 모두에게 관행적으로 이를 지급해왔다.

또 향후치료비를 수령하면 다른 보험을 통해 중복으로 치료를 받을 수 없다. 또 8주 이상 치료를 위해서는 진료기록부 제출 등이 필요하고 보험사 판단에 따라 지급보증을 중지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에 갱신·가입되는 보험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기로 금고 이상 형을 확정받은 자동차 정비업자에 대해선 사업 등록을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한다. 현재는 금고형 여부와 상관 없이 1차 적발 시 사업 정지 10일이고 2차에는 30일, 3차에는 90일이다. 청년(19~34세)은 부모 보험으로 운전했던 무사고 경력을 최대 3년까지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배우자도 3년까지 인정받는다. 마약·약물 운전은 음주운전과 동일하게 보험료를 20% 할증하고 마약·약물 운전과 무면허·뺑소니 차량의 동승자에 대해서는 보상금을 40% 감액한다.

경상 환자에게 지출되는 비용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23년 지급된 향후치료비는 1조7000억원이었으며 이 중 경상 환자에게 지급된 액수가 1조4000억원(82%)에 달했다. 같은 해 경상 환자의 일반 치료비(1조3000억원)보다 많을 정도다.

경상 환자 1인 평균을 기준으로 봐도 향후치료비(89만원)가 일반 치료비(83만원)보다 많았다. 사고 직후 치료비보다 미래 예상되는 치료비가 많은 것은 비상식적이란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경상 환자 중 상해 정도가 가장 심한 12등급의 경우 접촉 사고 후 목이나 허리가 삐끗했다며 통증을 호소해 2주 정도의 진단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14등급은 팔다리의 단순 타박상 등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경상 환자의 평균 치료비는 2014년 30만원에서 2023년 85만3000원으로 급등했다. 차를 수리하지도 않은 추돌사고를 이유로 58번이나 통원치료를 받는 경우도 나오며 도덕적 해이가 팽배해 있다고 정부는 지적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2023년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4대 손해보험사에서 106만여 명이 경상 환자로 진단받았다. 경상 환자의 통상적 치료 기간은 2주임에도 17%에 해당하는 18만여 명은 4주를 초과하는 기간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받았다. 진단서를 18회 이상 떼어간 사람도 140명이나 됐다. 일반적으로 진단서를 18번 발급받으면 치료 기간이 40주 수준으로 늘어난다.

경상 환자 향후치료비가 늘면서 전체 향후치료비 규모도 커졌다. 경상 환자와 중상 환자 모두에게 들어간 향후치료비는 2018년 1조4000억원에서 2023년 1조7000억원으로 5년간 20% 넘게 늘었다. 이번 기준 강화로 경상 환자가 받는 향후치료비가 대폭 줄면 전체 규모도 1조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손보사들은 이번 제도 개선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명확한 지급 기준이 없었던 향후치료비 관련 규정이 확립되고 장기 치료가 줄어들면 보험금 지출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손보사들은 보험금 누수와 폭우·폭설로 인해 점점 높아지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감수하고 있다. 4대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매년 1월 기준 대체로 80% 초반대를 유지 중이다. 통상적인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이 8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위태로운 상태다. 다만 보험 가입자와의 분쟁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출이 감소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보험금 미지급에 반발하는 고객이 늘어날 수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환자와 보험사 간 분쟁이 생길 경우에 대비한 조정 기구와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희조 기자 /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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