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덕분에 급등한 코인 트럼프 때문에 또 흔들리네 당분간 신중히 지켜보세요

김용영 엠블록컴퍼니 기자(yykim@m-block.io)

입력 : 2025.03.07 17:25:02 I 수정 : 2025.03.07 19:36:27
美대선 이후 급등·급락하는 비트코인 … 변동장 속 해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지난 1월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던 비트코인이 연이은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코인 시장에서 '트럼프 약발'이 한계를 노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관세 부과는 전반적으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지난 2월 21일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사고까지 발생하며 보안에 취약함을 드러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가상화폐 전략자산화 방안도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전후로 시작된 대세 상승이 1년 만에 끝나고 다시 침체기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시장의 추세 전환보다 변동성 상승에 무게를 싣고 당분간은 보수적 대응을 주문했다.



사상 최고가 한 달 만에 30% 급락

2025년 비트코인의 시작은 좋았다. 올해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직전 비트코인 가격은 10만9000달러대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1월 미 대선 기간 중 트럼프의 잇단 지지 발언으로 8만달러대를 돌파한 뒤 불과 두 달 만에 30% 이상 올랐다.

하지만 취임한 지 한 달 반이 지난 지금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고점을 경신한 후 근 한 달간 10만달러 선을 두고 등락을 거듭하던 비트코인은 2월 마지막 날인 28일 한때 8만달러를 밑돌기도 했다. 두 달간의 상승분을 고스란히 내준 것이다.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비트가 사상 최대인 2조원의 해킹 피해를 당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다. 해킹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3월 초 가상화폐 시장은 하루에도 두 자릿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고변동성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시장 상황이 변동되는 첫 번째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해킹 사고다. 북한 소속 해킹 단체인 라자루스 주도로 올해 초부터 사상 최대 규모의 사건이 발생했다.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2위 거래소인 바이비트가 지난달 21일 외부 침입으로 이더리움 약 40만개, 한화로는 2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다. 가상화폐에 대한 대규모 해킹 사건은 항상 투자자들의 신뢰 저하로 이어진다. 가상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사실 보안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거래소는 현 가상화폐 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보안 사고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 이번 바이비트 해킹 사고도 해킹 직후 불안감으로 사용자들이 6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인출하는 '코인런'이 발생했다.

두 번째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를 꼽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중국·멕시코·캐나다 등에 두 자릿수 관세를 잇달아 부과하면서 전 세계에서 코인 투자심리가 냉각됐다. 이는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와 안전자산에 대한 편입으로 이어져 금값 급등과 같은 결과를 낳고 있다.

비트코인은 달러 등 기축통화의 가치 변동에 대한 보완적 역할을 수행하는 '디지털 금'과 같다고 보는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수혜를 전망한다. 하지만 가치 보완이라는 역할에만 주목하기에는 단기 변동성이 너무 높다. 이 경우 코인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돼 오히려 투자 비중을 줄이거나 단기 매매 전략으로만 접근할 수 있다. 최근 장세에서는 후자가 좀 더 설득력을 갖는다.





추세 전환은 지켜봐야…변동성 유의

관세 정책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또 있다. 국가 주도의 가상화폐 육성 정책에 예상과 다른 내용들이 포함되고 있어서다. 바이비트 해킹 사고로 가상화폐 시장의 신뢰가 일부 손상된 시점에 이 같은 불협화음은 오히려 불안감을 더 키울 수 있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화폐 전략 자산화와 관련한 내용을 트루스소셜에 공개한 것이 그 예다. 그는 가상화폐의 전략 비축을 얘기하면서 엑스알피(XRP), 에이다(ADA), 솔라나(SOL)와 같은 알트코인을 먼저 언급했다. 비트코인, 그리고 잘해야 이더리움(ETH)을 예상했던 시장 예상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다. 해당 코인들은 발표 즉시 급등했지만 다음 날 비판에 직면해 급락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략 비축 자산에 비트코인이 최선이라고 직격했으며 아서 헤이즈 비트맥스 공동창업자도 정치적 수사라고 평가 절하했다. 7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비트코인 비축 행정명령도 압수한 BTC의 매도 금지 외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평가다. 투자 전문가들의 평가는 나뉜다. 가상화폐 전문가인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최근 비트코인이 상승 동력을 잃었고 미국의 투자심리가 개선될 때까지 저조한 상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반면 추세 하락보다는 당분간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제프 켄드릭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디지털 자산 총괄은 "전통적 금융 진입과 같은 제도화가 진행되면 안정성은 향상될 것"이라며 "규제 명확성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줄어들어 상승 잠재력을 높일 전망"이라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무엇보다 바이비트 해킹 사고 등으로 신뢰가 하락했다는 것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최근 금과 비트코인 가격의 상관관계가 음수로 돌아선 것에도 신뢰 하락이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상화폐 전문기업인 매트릭스포트는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여전한 가운데 그들은 비트코인 매수를 위한 명확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며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는 메시지를 투자 결정의 선결 조건으로 꼽았다. 바이비트 해킹 사고의 여파를 최소화하면서 이번 주말 예정된 미국 가상화폐업계와 당국자들 간 회동인 크립토 서밋에서 일관된 메시지가 나와야 하는 이유다.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3.09 14:23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