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美관세 대응 박차…재고 비축하고 현지생산 늘리고

현대차·LG전자, 美공장 생산 물량 확대 추진…현대제철, 현지 제철소 건설전사 차원 대응 체계 갖추고 시나리오별 대책 검토
김아람

입력 : 2025.04.24 18:25:26


미 조지아주 서배너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차그룹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재고를 비축하고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에 나서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이날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 같은 내용의 관세 대응 방향 등을 설명했다.

현대차는 북미 지역에서 3개월이 넘는 분량의 완성차 재고를 확보했으며, 미국 외 시장에서 생산해온 완성차 물량을 미국 공장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일정 부분의 관세는 부품 재고 비축으로 만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미국 판매용 투싼은 HMMA(미국 앨라배마공장)로 돌리고, HMMA에서 생산하던 캐나다 판매 물량을 멕시코로 넘기는 방안도 시행 중이다.

이 본부장은 "한국산 미국행 물량도 미국의 마켓 쉐어를 유지한다는 대전제 하에 수익성 위주로 타 거점으로 이관할 수 있는 물량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앞서 이달 중순 미국 관세 대응 전략 TFT(태스크포스팀)를 출범해 전사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현대차그룹에 강판을 공급하는 현대제철은 관세 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270만t 규모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짓기로 했다.

현대제철은 "미국 전기로 제철소에서 기존 고로 제품 품질 수준에 준하는 탄소 저감 자동차 강판을 생산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수익·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고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 미국 테네시 공장 전경
[LG전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LG전자는 미국 관세 정책 변화 리스크에 유연한 글로벌 생산체계 기반의 기민한 생산 최적화를 통해 적기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미국과 멕시코 공장을 최대한 활용하고,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일부 국가의 생산 제품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최적의 생산지를 운영할 계획이다.

유통 업체와 협의해 일정 수준의 판가 인상을 통한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김이권 LG전자 HS본부 경영관리담당 전무는 "세탁기, 건조기 물량을 미국 테네시 공장으로 이전해 미국 생산 물량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며 "증량된 물량을 기준으로 미국향 가전 매출의 10% 후반까지 커버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미국 내 생산 제품 및 시설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미국 통상 정책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존 공급 생산지와 경쟁력 수준을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비교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관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업종도 정책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관세 리스크에 대해 "인공지능(AI) 서버는 상대적으로 관세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고객과 협력을 바탕으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고객은 단기적인 공급 풀인(pull-in) 수요를 앞당기려는 움직임도 있으나, 글로벌 고객들은 전반적으로 협의 중이던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고 SK하이닉스는 전했다.

제품을 공급하는 세트 업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관세 영향권에 놓인 LG디스플레이도 아직 관세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까지 (관세 정책으로 인한) 공급망관리(SCM) 상에서 문제를 발생시키는 부분은 전혀 없고, 가격 압력을 받는 부분 역시 없다"며 "정책 변동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면서 사업 기회를 놓치거나 수익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잘 컨트롤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ric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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