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안될 땐 수출이 버텨줬는데”...韓경제 ‘0%대 성장’ 섬뜩한 예측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이윤식 기자(leeyunsik@mk.co.kr)

입력 : 2025.04.24 18:25:45


소비와 투자 동반 감소에 수출마저 기대치에 못 미치며 1분기 한국 경제가 역성장 쇼크에 빠졌다. 현재 1%대 중반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 0%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 2국장은 24일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미국 관세 정책 예고에 따른 통상 환경 불확실성 확대가 소비와 투자 심리 회복을 지연시켰다”며 “일부 건설현장의 공사 중단, 대형 산불 등 이례적인 요인들도 겹치면서 성장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총생산(GDP) 상승에 수출이 0.3%포인트 기여했으나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0.4%포인트와 0.2%포인트씩 GDP 상승을 갉아먹었다. 그나마 재정 집행을 서두르면서 정부 부문에서 0.1%포인트 끌어올려 GDP 상승률이 0.2%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 국장은 다만 “지난해 10월부터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했던 효과가 2분기에 나타나 민간소비 중심으로 내수가 소폭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선에 따른 선거 예산 집행과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은 그나마 GDP에 기여했다고 하지만 수입의 전 분기 대비 감소폭(-2%)이 수출(-1.1%)보다 커서 ‘불황형 흑자’ 유형을 보였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이 선전했지만, 삼성전자 등 그 밖의 반도체 업체 수출 실적이 받쳐주지 못했다. 이 국장은 “엔비디아 인공지능(AI) 가속기 발열 이슈 등으로 메모리 수요가 이연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수출이 예상했던 것보다 약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콘퍼런스콜을 통해 향후 나올 신제품으로 고객 수요가 옮겨져 1분기 HBM 판매에 일시적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남은 기간도 여건이 녹록지 않다. 미국의 관세 조치 영향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1분기 수출 부진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제조업 부진으로 인한 전반적 수요 감소가 이유였는데, 철강·알루미늄 등 3월부터 부과된 관세가 2~3개월 시차를 두고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1~20일 미국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3% 감소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가 7월까지 유예됐지만 현장에서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샌드위치 패널과 알루미늄 시트를 생산하는 광스틸의 곽인학 대표는 최근 미국 애틀랜타를 찾아 수출을 타진했지만, 계약이 쉽지 않았다. 곽 대표는 “미국 첫 수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수시로 바뀌고 있어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였다”며 “미국 현지 수요는 확인했지만 앞으로 관세가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 계약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2월 18일부터 이달 18일까지 15개 지역 ‘관세 애로 신고센터’에 접수된 수출 애로는 531건으로 집계됐고, 이 중 관세 관련 신고가 128건이었다. 관세 애로를 겪은 기업은 자동차·철강 등이 포함된 기계·금속 분야가 74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대상국은 미국이 78건으로 가장 많았다. 애로 내용은 수출 수주 감소, 가격경쟁력 하락 등 관세로 인한 피해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한은이 전망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1.5%는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이 “(2월 전망치보다) 상당히 낮아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로 낮췄고, 해외 투자은행들은 0%대 성장 전망도 내놓고 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체 시산해본 결과 성장률이 1%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선 이후 본격적인 정부 정책이 가동되기 위해선 9월께나 돼야 할 테고 그때까지 기업 등 민간 분야의 투자·소비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정부 정책이 잘 작동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라며 “최소 두 차례 이상의 추경과 전향적인 기준금리 인하 정책이 동반해 경기를 방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실장은 “민간이 추진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 선점을 돕는 정부의 세제·재정 지원 대책도 보다 강하게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4.24 21:49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