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안돼”...수도권 전기 충분한데 전력망 못 늘리는 이유는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입력 : 2025.04.24 21:29:01 I 수정 : 2025.04.24 21:52:12
市, 4개월째 변전소 허가 미뤄
연간 3000억원 지연비용 발생

한전사장, 하남시장 담판 결렬
행심위에 간접강제 청구 검토

수도권 전력망 확충 ‘비상’


동서울변전소 전경. [이승환 기자]
경기도 하남시가 한국전력공사가 신청한 동서울변전소 증설 허가를 수개월째 미루면서 수도권 전력망 확충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방자치단체의 ‘님비’(혐오시설 기피) 현상으로 전력망 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김동철 한전 사장은 이현재 하남시장과 만나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하남시가 지난 행정심판에서 패소했는데도 증설 허가를 미루자 김 사장이 직접 담판에 나선 것이다. 앞서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는 지난해 말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증설 불허 처분이 부당하다는 한전의 처분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이날 한전과 하남시 간 협의는 2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전 임직원들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지금처럼 전력망 건설 지연이 계속되면 동해안의 풍부하고 값싼 전력 대신 더 비싼 전기를 사용해야만 한다”며 “이대로라면 고속도로를 다 지어놓고도 톨게이트 하나가 없어 사용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정부와 여야가 모두 합의해 전력망 특별법까지 어렵게 제정한 지금, 하남시가 이런 국가적 노력을 거스르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은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로 들어올 추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변환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기존 변전소 시설을 옥내화해 확보한 여유 용지를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 시스템 변환설비를 증설해야 동해안 전기를 수도권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동해안 지역 누적 발전량은 17.9기가와트(GW)에 달한다. 하지만 송전량은 10.5GW에 불과해 신규 송전망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남시는 지난해 8월 한전의 변전소 증설 인허가 신청을 한 차례 불허했다. 동서울변전소 증설 용지가 교육시설과 인접해 있고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이 같은 처분이 부당하다는 행정심판 결론이 나왔는데도 하남시는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허가를 내지 않은 상황이다. 변전소 증설 허가가 늦어지면서 발전 제약으로 인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은 연간 3000억원에 달한다.

하남시와의 협의가 결렬되면서 한전은 추가적인 행정절차 진행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행심위에 간접강제를 청구하는 안이 가능한 방법으로 거론된다. 간접강제를 청구하면 하남시가 증설 허가를 내지 않아 발생한 사업 지연금을 지급하도록 할 수 있다. 하남시를 상대로 한 민사 소송도 가능한 방안으로 꼽힌다.

이처럼 지자체 반대로 전력망 확충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한전은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졌다. 민간 발전사들이 한전이 송배전망 부족으로 인한 운영 제약을 해결하는 데 소홀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것이다. 태양광 사업자 협회와 기후솔루션은 한전이 시행중인 출력제어 조건부 접속제도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출력제어 조건부 접속제도는 한전이 송배전망 계통 포화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한 제도다. 전력망 포화 지역의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력망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출력제어 조건에 동의하도록 했다. 협회는 한전의 이 같은 지시가 재생에너지에 대한 차별이라며 조건부 접속제도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4.25 01:36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