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강국, G5 도약의 길] K제조역량 지키며 무역장벽 극복할 묘수…마더팩토리에 달렸다

입력 : 2023.03.22 17:44:03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3차 국민보고대회 참석자들이 톱니바퀴 모양의 출입구를 통과해 행사장으로 드나들고 있다. <박형기 기자>




LG전자는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세이프가드(Safeguard·수입산 세탁기 추가관세)' 조치에 대응해 미국 동남부 테네시에 공장을 설립했다. 거대한 북미 시장을 볼모로 미국 정부가 제조시설을 자국에 끌어들인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미국이 외교·안보가 아닌 산업·경제 분야에서 힘의 논리를 내세우자 한국 내에서는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그러나 테네시 공장이 가동되고 5년여가 흐른 현재까지 LG전자의 한국 제조 생태계는 탄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큰 힘은 LG전자의 마더팩토리(Mother Factory)인 창원 스마트파크의 첨단제조 역량이다. 창원 스마트파크에는 핵심 연구인력·시설이 집중돼 신제품 생산과 첨단제조기술 적용이 가장 먼저 이뤄진다. 테네시 공장에 도입된 무인물류로봇(AGV)과 고중량·정밀조립 로봇 등은 모두 창원 스마트파크에서의 성공경험을 토대로 이식한 기술이다.

해외 공장은 현지 시장을 겨냥한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마더팩토리인 한국 공장은 첨단생산 역량을 키우는 분업 방식 덕분에 창원 스마트파크의 11개 주요 납품사에서 일하는 종업원도 2년간 15% 증가했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혁신기술을 도입해 제조업의 미래를 제시하는 공장을 해마다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으로 지정하는데, LG전자에서는 지난해 창원 스마트파크가 선정된 데 이어 올해 테네시 공장까지 이름을 올렸다.

국민보고대회 프로젝트팀은 한국 제조업 생태계의 핵심을 지켜내기 위해 '허브앤드스포크(Hub&Spoke)' 전략을 제안했다. 이는 미국·유럽연합(EU) 등 거대 시장을 가진 국가들이 무역장벽을 내세워 노골적으로 생산공장을 자국에 유치하기로 함에 따라 한국의 핵심기술과 공정 노하우 등이 그대로 유출될 것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허브앤드스포크는 본래 물류·항공 분야에서 창안된 개념이다. 주요 도시에 거점기지(Hub)를 세워 1차로 승객과 물류를 대량으로 옮긴 뒤 이에 종속된 지역(Spoke)으로 2차 운송하는 전략을 뜻한다. 세계 곳곳의 발송·수취 지점을 서로 직접 연결하던 기존 방식에 비해 물류비용이 절감돼 오늘날 표준모델로 자리 잡았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허브 격인 창원 스마트파크는 설계, 연구개발(R&D) 등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능을 하고 스포크 격인 테네시 공장은 현지 시장에 맞춘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며 "아울러 창원 스마트파크와 테네시 공장 간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공유돼 유기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내 허브 공장과 해외 공장 간 데이터 연계로 생산성을 혁신하고 공정을 최적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거점기지와 종속 지역기지의 역할을 명확히 나누는 것이 핵심인데, 세계 각지에 생산공장을 설립해야 할 처지에 놓인 한국 제조업에도 이 같은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국내의 허브 생산공장 첨단화와 R&D 역량을 확충하는 데 국가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미국·중국·EU 등의 관세와 보조금 조치를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지만, 금전적 유인의 격차를 최대한 좁히기 위한 한국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R&D 투자를 늘리려는 기업이 가장 반기는 조치는 관련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예산 지원 등 다른 조치는 절차가 복잡한 탓에 시시각각 변하는 제조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며 "기업이 우선 투자를 집행하고 후에 지원받을 수 있는 R&D 세액공제가 글로벌 경쟁에 걸맞은 조치"라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의 R&D 센터를 국내로 유치해 허브 생산공장의 기술력을 높이는 조치도 요구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에 납품하는 일본 소부장 기업이나 국내 조선사에 액화천연가스(LNG) 저장기술을 제공하는 프랑스 GTT 등의 한국 내 R&D 기능을 확충해 경쟁력을 제고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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