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1년…상장사 자사주 취득액 연간 20조원 '첫 돌파'
자사주 소각도 20조원 육박 '역대 최대'…밸류업 공시 기업 증가세PBR 1배 미만 저평가 기업은 되레 늘어…MSCI 한국지수 종목도 감소"단발성 주주환원으론 역부족…상법 개정 등 법제도 개선 병행돼야"
조성흠
입력 : 2025.05.06 07:00:04
입력 : 2025.05.06 07:00:04

(서울=연합뉴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 앞서 인사말하고 있다.2024.5.2 [한국거래소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정부가 기업가치 제고계획(밸류업)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지 1년을 맞은 가운데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 금액이 연간 20조원을 넘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자사주 소각금액 역시 20조원에 육박하는 등 기업들의 밸류업 활동이 부쩍 활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업들의 실질 가치를 반영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에 미달하는 저평가 기업이 오히려 늘어나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 해소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2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 등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상장사들에 연간 1회 등 주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minfo@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부의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지난해 5월을 포함한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1년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코스닥 양대 시장 상장사들이 공시한 자사주 취득결정 금액 합계는 22조9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에만 8조원을 기록하는 등 증가세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액은 2018~2023년 연간(2~1분기) 4조~8조원대였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2024년 한해를 기준으로 해도 18조8천억원으로 2023년 8조2천억원의 2배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1년간 상장사들이 공시한 자사주 소각결정 금액 합계도 19조6천억원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특히 올해 1분기는 12조원으로, 2024년 한해 총액인 13조9천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액은 2018년~2023년 1조~6조원대였다가 지난해 13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밸류업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1년간인 이번에는 20조원에 다가섰다.
지난해 5월 2일 정부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상장사들에 주기적으로 관련 계획을 자율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이른바 '쪼개기 상장'과 '터널링'을 막기 위해 모자회사 중복 상장이나 상장사 대주주의 비상장 개인회사 보유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관해서도 자율공시를 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포함한 가이드라인은 발표 후 의견 수렴을 거쳐 5월 27일 정식 시행됐다.
이후 자사주 취득 및 소각뿐만 아니라 밸류업 공시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지난해 5월 2개사를 포함해 2분기 3개사였던 본공시 기업은 3분기에 11개사, 연말인 4분기에는 80개사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1분기 31개사, 2분기는 현재까지 18개사로 꾸준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4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한국거래소 한국자본시장 콘퍼런스(Korea Capital Market Conference) 2024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2024.11.4 yatoya@yna.co.kr
반면, 이 같은 밸류업 활동과 별개로 상장 기업들에 대한 가치평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기준 KRX 정보시스템에서 PBR을 산출한 상장사 812곳 중 PBR 1배 미만 기업은 565곳으로, 전체의 69.58%에 달했다.
1년 전 801곳 중 531곳, 전체의 66.29%였던 데 비해 오히려 저평가 기업이 늘어난 결과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 증시를 보는 시선도 이런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편·출입을 결정하는 5월 MSCI 정기 리뷰가 오는 14일 예정된 가운데 편출 종목이 편입을 상회하며 한국 지수 종목이 또다시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가장 최근인 지난 2월 리뷰에서는 편입 없이 11개 종목이 편출되면서 한국 지수 종목 수가 92개에서 81개로 줄어든 바 있다.
해당 종목 수는 1년 전인 지난해 2월 99개에서 5월과 8월 연속 98개, 11월 92개 등으로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2015년 15%를 웃돌며 중국 뒤를 잇던 MSCI 신흥국 지수 내 한국 비중도 2021년 대만과 인도에 역전당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10% 선이 무너지고 지난 3월에는 9%까지 하회하기에 이르렀다.
증권가에서는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등이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시장의 체질적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상법 개정안이 재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국회는 지난 3월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의결했으나 재계의 반대 속에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최근 확산 중인 주주행동주의가 상법 개정으로 활동 영역을 넓힐 경우 투자자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은 최근 보고서에서 "구조적 저평가의 핵심에는 낮은 PBR, 불투명한 지배구조, 단발성에 그치는 주주환원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단기 이벤트로는 근본이 바뀌지 않는다"며 "지배구조 개혁 없는 단기 정책만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josh@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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