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가 불붙인 印-파키스탄 충돌…'인더스물전쟁' 확전 가능성은

인도, 65년 만에 인더스강 조약 중단…파키스탄, 핵 공격 언급전문가들 "인도 수자원 시설 열악"…물줄기 전면 차단은 어려울 듯
손현규

입력 : 2025.05.06 13:21:27 I 수정 : 2025.05.06 13:41:35


카슈미르 순찰하는 인도군
[A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영유권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지난달 발생한 총기 테러로 시작된 인도와 파키스탄 간 충돌이 인더스강을 둘러싼 '물 전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최근 인도가 파키스탄의 '생명줄'인 인더스강 지류의 강물을 차단하자 파키스탄은 전쟁 행위로 간주하겠다며 핵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많은 양의 강물을 저장하지 못하는 인도의 열악한 수자원 시설 탓에 향후 파키스탄으로 향하는 인더스강의 물줄기를 전면 차단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 북부 잠무 지역 체나브강의 바글리하르 댐
[힌두스탄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 1960년 체결된 '인더스강 조약'…인도, 65년 만에 처음 효력 중단 최근 영국 BBC 방송 보도와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에 따르면 인도와 파키스탄은 1960년 세계은행 중재로 '인더스강 조약'을 체결했다.

두 나라가 영국으로부터 1947년 각각 독립한 직후부터 인더스강을 포함한 6개 지류를 놓고 갈등이 잦았기 때문이다.

인도는 히말라야 등 자국을 거쳐 파키스탄으로 흘러 들어가는 인더스강의 개발권을 주장했고, 파키스탄은 경제와 식량 안보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다.

인더스강 조약에 따라 라비·비아스·수틀레지 등 동부 3개 강은 인도에, 인더스 본류·젤룸·체나브 등 서부 3개 강의 80%는 파키스탄에 할당됐다.

또 상류국인 인도는 하류국인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강 지류를 막을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최근 인도가 65년 만에 처음으로 이 조약의 효력을 중단했고, 실제로 체나브강의 바글리하르 댐에서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강물을 막았다.

인도는 또 인도령 카슈미르 북부 젤룸강의 키샨강가 댐에서도 비슷한 조치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슈미르 총기난사 테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재배포 및 판매 금지]

◇ 파키스탄에 인더스강은 생명줄…인구 90% 사는 곳 이 같은 조치는 지난달 22일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 휴양지인 파할감 인근에서 관광객 등을 상대로 한 총기 테러가 발생해 26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 간 대립이 격화된 상황에서 나왔다.

파키스탄은 인도가 인더스강 조약의 효력을 중단하자 자국으로 유입되는 강물을 막으려는 어떠한 시도도 전쟁 행위로 간주해 전면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고, 실제로 체나브 강물이 막히자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 등 모든 전력을 사용할 것"이라며 핵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파키스탄이 인더스강의 일부 물줄기를 끊은 인도에 이렇게까지 반발하는 이유는 있다.

인더스강이 사실상 파키스탄의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인더스강 수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사용하는 수자원의 75% 이상이 외부에서 유입되며 이 중 대부분이 인더스강을 통해 들어온다.

또 파키스탄 인구의 90%가 인더스강 유역에 살고 있으며 주요 도시의 식수는 물론 지하수도 인더스강에 의존한다.

파키스탄 농업은 전체 물 소비의 94%를 차지하며 국내총생산(GDP)의 23%와 수출의 24%를 각각 차지할 정도로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한다.

파키스탄의 전력의 20%를 차지하는 수력발전소 21곳 모두 인더스강 유역에 있다.



카슈미르 총기테러 발생 현장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배포 및 판매 금지]

◇ 인도 '물 무기화' 가능성 크지 않아 전문가들은 인도의 열악한 수자원 인프라 탓에 실제로 파키스탄으로 향하는 인더스강 물줄기를 모두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예상했다.

남아시아 수자원 전문가 히만슈 타카르는 BBC에 "인도가 보유한 대부분의 수력발전소는 대규모 물을 저장할 필요가 없는 '유량형'"이라며 흐르는 물의 힘만으로 전기를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형 저수지나 물길을 돌릴 수 있는 운하 기반 시설이 없어 인도가 직접 대규모 강물을 차단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인더스강 상류국인 인도가 향후 강물 저장 능력을 키우더라도 이른바 '물 무기화'를 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물을 가뒀다가 예고 없이 갑자기 방출하는 '물 폭탄' 전략은 인도 댐이 파키스탄 국경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인도 영토에서 먼저 일어날 홍수 위험 때문에 선택하기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다만 인도가 이번에 인더스강 조약의 효력을 중단하면서 향후 파키스탄에 수문 시설이나 댐 건설 등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은 있다.

이는 파키스탄이 홍수를 예측하거나 농업용수 계획을 마련하는데 차질을 줄 수 있다.

또 토사가 섞인 강물을 한꺼번에 방류하면 하류 국인 파키스탄 수질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데이비드 미셸 CSIS 물 안보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중국에서 발원해 인도로 흘러들어가는) 얄룽창포강(중국명 야루창부강, 인도명 브라마푸트라강)과 관련해 인도에 똑같은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인도가 인더스강의 생명줄을 끊기 위해 파키스탄에 물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파키스탄 국경과 강 흐름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홈페이지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son@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5.06 16:39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