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 1%대 '뉴노멀' 시대…충격 한 번에도 '역성장' 우려
2040년대에는 역성장이 뉴노멀 될 수도노동·자본 구조 당장 변화 어려워…"AI 등으로 생산성 높여야"
이대희
입력 : 2025.05.12 06:01:14
입력 : 2025.05.12 06:01:14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송정은 기자 = 한국의 실질적인 '경제 실력'인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재성장률) 전망치가 잇따라 1%대로 내려가고 있다.
저출생·고령화의 높은 벽에 한국 경제 엔진 출력이 점차 저하되면서, 1%대 성장이 '뉴노멀'이 된다는 암울한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 탄핵이나 보호무역주의 대두 등 예측하지 못한 단기 충격 '한 방'에 경제가 휘청이며 역성장할 우려도 제기된다.
◇ 국회·KDI 이어 OECD도 한국 잠재력 '1%대' 추산 12일 관계 기관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속속 한국의 단기 잠재성장률을 2%대에서 1%대로 낮춰잡기 시작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3월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2023년 2.1%, 2024년 2.0%에서 더 내려 1%대로 낮춰 잡은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8일 올해 1.8%, 내년 1.6%로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최근 갱신한 경제전망(Economic outlook)에서 내년 한국 잠재성장률을 1.98%로 추산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국가가 노동·자본·자원 등 생산요소를 총동원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 수준을 의미한다.
자동차의 엔진이 과열 없이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최대 속도에 비유할 수 있다.
즉, 현재 한국의 경제 역량으로는 연간 2% 성장이 어렵다는 평가가 주가 되고 있다.
더욱 걱정되는 점은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KDI는 기준·낙관·비관 등 어떤 시나리오에서든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계속 떨어지며, 2040년대에는 생산이 뒷걸음치는 '역성장'이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 성장 경로는 잠재성장률 추계와 흡사했다는 점에서, 십수 년 안에 한국 경제 엔진이 아예 멈출 수도 있다는 경고다.

(세종=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지연 전망총괄(가운데)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KDI 현안분석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을 설명하고 있다.왼쪽은 김준형 동향총괄, 오른쪽은 정규철 경제전망실장.2025.5.8 scoop@yna.co.kr
◇ '완충지대' 잠재성장률 낮아지면 한 번 충격에 휘청할 수도…정책카드도 줄어 잠재성장률 하락은 한국 경제가 외부 충격에 구조적으로 더욱 취약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잠재성장률이 높으면 충격을 버텨내며 플러스 성장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큰 충격에 바로 뒷걸음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4월말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0.8%였다.
올해 잠재성장률이 KDI 추산(1.8%)과 같다면, 최근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와 미국 상호 관세 충격 등 대내외 악재로 성장률이 1.0%포인트(p) 낮아졌다고 분석할 수 있다.
만약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0%보다 낮았다면, 한국 경제는 역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 유행기에 잠재성장률이 5%대인 중국이 3%p 정도를 갉아 먹히며 2%대 성장을 했다"며 "당시 한국은 2%대 잠재성장률이었기에 역성장(2020년 -0.7%)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정부가 쓸 수 있는 경기부양 카드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7일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경고한 것은 성장 한계가 낮아질수록 당국이 동원할 수 있는 부양책이 제한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장현경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 인구구조 악화로 노동·자본·총요소생산성 '3중고'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은 저출생·고령화에 따라 생산요소인 노동·자본 투입의 감소, 생산성 향상 요인인 총요소생산성 둔화가 모두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KDI는 인구구조 변화를 잠재성장률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진단했다.
2019년 정점(3천763만명)을 찍은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경제 성장의 연료인 노동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의미다.
성숙기에 진입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투자 둔화 현상은 성장의 또 다른 연료인 자본 투입 감소로 이어지고 있고, 인구구조 변화는 이를 한층 더 가속하는 양상이다.
생애주기가설에 따르면 은퇴 후에는 소득이 줄기 때문에 저축도 감소한다.
투자로 이어져야 하는 자금 공급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중앙대 경제학부 류덕현 교수는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는 결국 저축률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결국 이는 물적 자본에 대한 투자 감소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령화는 총요소생산성 역시 끌어내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자본 외에 기술·효율성·혁신 등을 통해 더 늘어난 산출량을 측정한 것이 총요소생산성이다.
농부(노동)가 같은 땅과 씨앗(자본)을 사용하더라도, 더 좋은 재배 기술이나 비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더 많은 작물을 수확할 수 있는 이치로 풀이할 수 있다.
KDI는 "새로운 기술 개발과 습득이 비교적 용이한 청년층 비중의 감소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양온하 제작] 일러스트
◇ "규제 철폐·노동시장 유연화 등 총요소생산성 개선부터" 전문가들은 인구구조나 자본 투입 구조를 당장 변화시키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단 단기적으로 총요소생산성 개선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DI는 진입장벽 완화·규제 철폐를 통해 새로운 혁신 기업의 출연과 생산성 향상을 유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공서열형의 경직적 임금체계나 비정규직 대비 정규직 근로자 과보호, 노동시장 규제 등을 완화해 인적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재배분할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예정처도 기술혁신과 연구개발(R&D)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도입 활용을 통한 기술혁신, 자동화 등으로 동일한 노동투입 대비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류덕현 교수는 "우리 시스템에서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인적자원에 대한 혁신·재개발·교육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질적으로 개선한다면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전망했다.
김광석 한경원 경제연구실장은 "일단 잠재성장률 1%대를 뉴노멀로 겸허히 받아들여야 중장기적 고민을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2vs2@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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