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플라자합의 경계…5월 환율 일 25원 출렁, 야간거래 후 최대

지난주 한미 환율 협의 소식에 재부상…외환시장 요동"시장개입 통한 원화 절상 유도 어려워…간접적 수단은 활용할 수도"
민선희

입력 : 2025.05.18 06:11:00


딜링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제2의 플라자합의' 경계감에 외환시장이 요동치며 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하루 평균 25원 넘게 출렁였다.

5월 일평균 환율 변동 폭이 지난해 7월 외환시장 연장 이후 가장 클 정도로 시장 참가자들은 예민하게 움직였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이 시장 개입을 통한 달러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간접적인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5월 환율 일평균 변동 폭 25.26원…한미 환율 협의 소식에 급등락 1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5월 일평균 원/달러 환율 변동 폭(장 중 고점-저점, 야간 거래 포함)은 25.26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서울외환시장 거래 시간이 오전 2시로 연장된 이래로 가장 큰 폭이다.

일평균 환율 변동 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11월(11.79원)과 비상계엄에 이어 탄핵 정국이 지속된 12월(11.50원)에 11원대를 기록했고 올해 1월에는 12.46원으로 벌어졌다.

이후 2월(9.47원)과 3월(9.79원) 9원대로 안정됐다가 4월 미 관세 부과 여파에 14.85원으로 커졌으며, 5월에는 25원대까지 확대됐다.

특히 지난 2일 일일 변동 폭은 48.5원을 기록해, 외환시장 연장 후 일간 기준으로 최대였다.

이날 환율은 달러 강세 영향에 상승 출발해 1,440.0원까지 올랐다가 미·중 통상 협상 진전 기대감에 급락하면서 야간 거래에서 1,391.5원까지 내렸다.

환율은 지난주에도 미국의 관세 협의와 환미 환율 협의 소식에 따라 급하게 방향을 틀고 가파르게 움직였다.

16일 야간거래 종가가 1,400원으로 1주 전(1,399.8원)과 거의 같았지만 주중에 장중 1,387.9원부터 1,428.8원까지 40원 넘게 오르내렸다.

특히 지난 12일(변동 폭 33.9원)에는 미·중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완화되고 달러가 강세로 전환했다.

14일(변동 폭 31.5원)에는 한미 간 환율 협의가 있었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지면서, 원화 가치 절상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에 환을이 급락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지난주에는 한미 통상협의 의제 중 환율 협상 부문이 주된 변동성 확대 재료로 작용했다"며 "지난 2일 미국과 대만의 통상협상 이후 대만달러가 약 5% 강세를 보인 이후, 한미 환율 협상에도 원화 절상 압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부각됐다"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상하방 압력이 교차하면서 환율의 일 중 변동 폭이 커졌다"며 "미·중 잠정 합의 내용은 고무적이었으나, 미·중 긴장 완화에 따른 원화 강세 압력과 달러 자산 저가 매수 촉진이라는 달러 강세 압력이 혼재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환율 관련 합의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환율 정책을 한미 협상 테이블에 의제로 올린 것 자체는 시장이 합의 가능성을 의식하게 만들어 환율 상승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 일평균 변동 폭 추이(단위 : 원)
※ 연합인포맥스 자료 가공.

서울외환시장 기준.


※ 2025년 5월은 16일까지 기준.
2024년 7월7.35
2024년 8월11.83
2024년 9월9.98
2024년 10월8.93
2024년 11월11.79
2024년 12월11.5
2025년 1월12.46
2025년 2월9.47
2025년 3월9.79
2025년 4월14.84
2025년 5월25.26
◇ "플라자합의 재현은 어렵다…간접적 수단 활용할 수도"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지난주 한미간 협의 소식에 환율이 크게 하락하기는 했지만, 인위적으로 달러 가치를 절하시킨 '플라자합의'가 재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미 간 달러 약세-원화 강세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한다"며 "최근 환율 변동은 일회성 이벤트 성격, 혹은 시장 교란 요인에 의한 변동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미국 정부의 환율 정책이 과거 플라자 합의처럼 광범위하게 발생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세계 외환시장 규모가 커졌고, 국제 정치·경제 환경을 비롯해 각국의 이해관계가 더 복잡하게 맞물려있다"고 지적했다.

백 이코노미스트 역시 "40년 전 플라자합의 같은 형태의 외환시장 직접 개입에 관한 합의는 어렵다고 본다"며 "유럽이나 중국의 협조 없이 달러 약세를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자유변동환율제 하에서 협상 때문에 당국이 인위적인 매도를 통해 개입하면 시장 왜곡 우려가 있다"며 "직접 개입에 따른 외환보유액 감소 등 외환 건전성 문제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낙원 위원도 "외환보유액이 작년 10월 이후 감소하는 추세라 달러화 매도로 개입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올해 0%대 성장이 예상되는데 환율 1,400원 선에서 추가로 원화 강세를 유도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원/달러 고환율은 당국의 유도나 개입이 아니라 우리나라 성장 둔화, 즉 원화 펀더멘탈 부진에 기인한 것"이라며 "대미무역흑자를 줄인다는 미국 명분에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원화 강세를 유도한다고 하더라도, 간접적인 수단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간접적인 외화 수급 조절, 이를테면 한국인의 달러 자산 매수에 비용을 부과하거나 외국인의 원화 자산 매수를 촉진하는 정책 확대 등 형태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다자 합의보다 양자 협상 등 더 다양하고 간접적인 수단을 통해 통화 절상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미 재무부의 환율조작국·관찰국 지정 등 압박 수위 조절, 관세 정책과의 연계 등이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구체적인 조치가 없더라도, 환율 절상 압박 가능성에 관한 뉴스나 루머를 만드는 것만으로 시장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 수석연구위원은 "실질실효환율 관점에서 원화가 상당한 저평가 국면에 있음을 상호 인식하고, 저평가 국면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ssu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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