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트럼프 정부와 협상할 한국 차기 정부가 참고할 것들

조준형

입력 : 2025.05.18 07:07:07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과 회담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
[아부다비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금지]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약 4개월 행보를 관찰하면서 6·3 대선을 거쳐 출범할 한국 새 정부의 대미 협상 전략 수립시 참고가 될만한 몇 가지 시사점을 얻게 된다.

우선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 무역 협상은 사업가 시절 '트럼프 타워'를 짓는 일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는 보이는 것들과 손에 잡히는 것에 집중하며, 숫자로 치환하기 어려운 동맹의 가치, 잠재적 안보 이익 같은 것은 거의 말하지 않는다.

지난 13∼16일(현지시간) 중동 3개국 순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수조 달러(수천조원)의 대미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고 홍보했다.

미국이 주기로 한 것은 거의 거론하지 않고, 받기로 한 것은 잠재적 가치까지 얹어 최대 한도로 포장했다.

그리고 상대국 정부로부터 얻을 것과 그 나라 기업으로부터 얻을 것을 구분하지 않았다.

이는 차기 한국 정부의 대미 협상에서 정부와 재계가 긴밀히 공조할 필요를 상기시킨다.

기업들이 구상 또는 추진 중인 대미 투자 등을 총망라한 패키지를 구체적 수치와 함께 제시하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를 꼼꼼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에선 많은 것이 가변적이라는 점이다.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대외정책은 보통 중장기적으로 설정된다는 점에서 '항공모함'에 곧잘 비유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급변침'은 일상사다.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3년을 맞아 러시아의 침공 책임을 담아 상정된 유엔 총회 결의안에 북한, 러시아와 함께 반대표를 던졌던 미국이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와 체결한 '광물협정'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명시한 것이 한 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원불변의 '이념'과 '원칙'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것은 그의 완고한 언사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불변의 '상수'로 속단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강경한 말로 상대를 흔들어 놓고 협상하는 것은 집권 1기 때부터 계속되고 있는 '트럼프식 거래'의 특징임을 인식하고 차분히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격적인 정책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역시도 민생과 여론에 민감한 '현실 정치인'이라는 사실이다.

그가 중국에 대해 부과한 145%의 관세를 1개월만에 115% 포인트 인하(90일간)하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지지 세력인 트럭 노동자와 항만 노동자 등의 민심 이반을 우려한 참모의 설득이 영향을 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14일 보도했다.

중국이 트럼프와의 관세전쟁에서 '맞불 작전'으로 버티며 결국 관세 인하를 끌어 낸 것은 중국과의 무역 단절이 미국 경제와 미국민 생활에 미칠 영향을 냉정하게 분석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임 중 가장 중요한 정치 일정인 내년 11월 중간선거(연방 의원과 주지사 등 선출)가 다가올수록 여론과 민생은 그의 정책 결정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한국 정부와 대미수출 기업은 관세, 보조금 문제 등의 현안 앞에서 대미 협상 전략을 짤 때 미국의 민심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의원들이 접전을 벌일 지역에서 이뤄졌거나 이뤄질 한국 기업들의 투자와 현지 고용 창출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jhch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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