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실용’에 관심 가지만...그래도 보수가 주저하는 이유는 [송성훈 칼럼]
송성훈 기자(ssotto@mk.co.kr)
입력 : 2025.05.22 10:26:50 I 수정 : 2025.05.22 10:29:02
입력 : 2025.05.22 10:26:50 I 수정 : 2025.05.22 10:29:02
이재명 ‘실용’ 관심 갖는 보수
노동·복지 강화 공약에 주저
실패한 유럽모델 추구 보다는
생산성 제고와 혁신 우선해야
노동·복지 강화 공약에 주저
실패한 유럽모델 추구 보다는
생산성 제고와 혁신 우선해야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의 소설 ‘표범’에 나오는 유명한 문장이다. 이달 초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이 문장이 현재 유럽 상황을 가장 간결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19세기 중엽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통일혁명 과정에서 기존 귀족사회의 몰락과 사랑을 잘 그려낸 이탈리아 국민소설이다. 들끓는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이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안주하려다 무너진 귀족의 모습을 지금의 유럽에 빗댄 셈이다. 사실 요즘 유럽 상황을 보면, 이 문장을 “이것이라도 지켜내려면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하는게 맞지 싶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아니 다시 일어서야 한다.’ 요즘 유럽은 온통 이게 화두다. 지난해 9월 발표한 ‘드라기 보고서’도 그중 하나다.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이탈리아 총리를 역임한 마리오 드라기는 전 세계가 격변의 시대에 들어섰음에도 변화에 굼뜬 유럽을 조목조목 경고했다. 1995년만 해도 미국의 95% 수준까지 올라갔던 유럽연합(EU)의 노동생산성이 이제는 80% 수준으로 추락하고, 가처분소득 증가 속도도 미국의 절반으로 급락하면서다. 과잉 복지에 재정이 흔들리고 혁신은 멈추면서 첨단기술과 인공지능(AI), 반도체 부문 모두에서 경쟁국에 크게 밀려났다는 위기감이다.
유럽 복지국가 모델은 중대한 도전에 처했다. 산업혁명 이후 최첨단을 지켜온 기술혁신과 이를 통한 거대한 부의 창출이 사회복지로 다시 이어지는 유럽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재정이 튼튼해야 복지도 하고, 기후환경에 대비도 하고, 국방력도 키울 수 있는데 모든 게 막혔다.
유럽 얘기를 길게 꺼낸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에게 듣고 싶은 답이 있어서다. 지난주 발표한 10대 정책공약은 AI를 비롯한 첨단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육성 정책을 제1 공약으로 내세우고, 재생에너지를 강조하면서도 원전은 한 단어도 넣지 않을 정도로 중도 보수의 마음을 잡으려는 노력이 역력했다. 문재인 정부 정책과도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노동과 복지 분야로 넘어가면 나름 균형을 잡아보려는 시도조차 여지없이 무너진다. 철 지난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이 여기에서 나온다.
포괄임금제를 아예 금지시키고, 노란봉투법과 주 4.5일 근무제를 도입하자는 공약은 양대 노총의 주장 그대로다. 반도체, 방산, 조선을 비롯한 핵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이번에 제안한 노동정책으로 가능할까. 미국, 중국, 일본, 대만보다 더 노조 친화적인 정책으로 과연 한국 기업들이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까. 유럽이 크게 반성하고 있는 생산성 하락을 한국은 이렇게해서 끌어올릴 수 있을까. 드라기 보고서는 노동생산성 저해 요인 중 하나로 짧은 근로시간을 꼽았다. 최근 독일과 덴마크의 공휴일 축소 움직임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5년간 30조원 넘게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는 아동수당 확대를 비롯한 복지 공약들은 미래 부의 창출을 우선해야 할 성장 정책들과는 충돌하지 않을까. 나라 살림이 부실하면 복지국가도 없다는 게 유럽의 반성이다. 이 후보가 답해야 할 질문들이다.
확실히 이재명 후보가 보수를 제대로 흔들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50%를 웃도는 지지율은 이 후보에 마음을 연 보수가 있지 않고선 달성할 수 없는 숫자다. 이 후보의 ‘실용’을 믿어보자는 심리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을 통한 돈 벌 궁리보다는 돈 쓸 궁리만 가득하다면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이미 경험한 유럽을 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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