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폭탄에 대기업 ‘무역보험 출연’ 길 열었다···中企 수출 지원 ‘마중물’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입력 : 2025.05.22 15:54:21
정부, 무역보험법 시행령 개정
기업 출연 받아 기금 두텁게
중견·중소 수출기업 지원 강화
재정건전성 확보에도 긍정적


정부와 은행의 출연금을 재원으로 운영되는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무역보험에 기업들이 출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업 출연은 무역보험 기금의 재정건정성을 높이고, 불확실성이 커진 무역환경에 직면한 중견·중소기업의 수출 지원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무역보험 기금 재원에 기업의 출연금을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무역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법령 개정은 산업별 수요에 맞게 무역보험을 운영하고, 기업 출연금으로 기금을 더욱 두텁게 쌓겠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정부는 정부와 은행의 출연만으로는 무역보험 수요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로 글로벌 무역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무역보험의 수요는 급격히 늘어난 상태다.

지난달 30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무역보험기금에 대한 올해 정부 출연금 예산은 당초 80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미국발 통상압력이 확대되면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3000억원을 추가 긴급 투입했다. 무역보험기금에 대한 정부출연금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내리 연 1000억원을 밑돌았다.

기업 출연금은 기금의 재정건정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재정건전성은 기금의 유효계약액을 기금총액으로 나눈값인 기금배수로 측정하는데, 우리 무역보험의 기금배수는 수년째 20을 웃돌고 있다. 이는 기금배수가 10 이하인 덴마크와 호주, 미국 등 주요국과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기업들이 출연하게 되면 기금총액이 늘게되고, 기업에 대한 무역보험 지원(유효계약)을 줄이지 않아도 기금배수를 줄일 수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무역보험에 출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주요 기업들이 출연한 기금은 해당 기업의 중견·중소 협력사들을 위한 맞춤형 무역보험의 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업 출연금이 투입될 경우 협력사의 무역보험 한도를 높여주거나 보험료 인하를 제공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며 “공공 입장에서는 기금확대를 통해 기업 지원의 폭을 넓히고, 출연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수출애로를 겪는 협력사를 위한 상생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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