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아프리카서 글로벌 사우스로…한국형 '공동성장' 모델

김성수 한양대 유럽아프리카연구소장
우분투추진단

입력 : 2025.07.17 07:00:02


김성수 소장
[김성수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신냉전 국제질서의 무극화(無極化) 현상일까.

대항적 파트너로 여겨졌던 글로벌 사우스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는 저항적 정체성에서 벗어나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실리적 외교 노선을 찾고 있다.

그중 아프리카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자처하며 글로벌 사우스 중심의 다자주의 협력체를 구성하는 데 적극적이다.

아프리카연합(AU) 본부 건물
[촬영 김성진]

아프리카는 아프리카연합(AU)뿐 아니라, 대륙 내 8개의 지역 협력 기구를 적극적으로 강화하며 역내 결속력을 높이고 있다.

동시에 전 세계 인구의 55%,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6%를 차지하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와 글로벌 연대를 통해 지역을 넘어선 국제 의제에도 목소리를 내며, 국제적 발언권을 키워가고 있다.

202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를 주최하면서 아르헨티나,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뿐 아니라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 자국이 속한 대륙 국가의 신규 가입을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브릭스 내에서 아프리카의 영향력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유엔(UN)의 결의안 투표에서 다수의 아프리카 국가는 기권을 선택해 유엔 차원의 제재를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렸다.

이렇듯 아프리카는 다양한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국제적 발언권을 확대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위상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전히 아프리카는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냉혹한 수치가 이를 말해준다.

세계 무역 중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대엔 4% 수준이었으나, 2022년 기준 약 2.5%로 감소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더욱 처참하다.

전 세계 면적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아프리카 대륙의 80%를 점유하고 있으면서도, 세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이는 국제 무역에서 차지하는 낮은 비중을 보여주는 예다.

아프리카 국가의 높은 공공부채 비율도 발목을 잡고 있다.

아프리카 지역의 평균 공공부채는 2023년 GDP의 66%에서 2024년 약 65% 수준으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팬데믹 이전인 61% 수준을 여전히 웃돌고 있다.

인플레이션도 골칫거리다.

아프리카의 평균 소비자 물가 인플레이션은 2022년 14.2%에서 2023년 15.1%로 증가했다.

2024년은 8.6%이고 2025년은 7.2%로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 수지 적자는 GDP 대비 2023∼2024년 약 2.3% 수준에서 2024∼2025년 2.6%로 확대될 전망이다.

아프리카 내 소비재와 자본재 등의 수입 증가,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 가격변동이 경상수지를 흔들고 있다.

아프리카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를 통한 거대 단일 시장, 세계에서 가장 젊고 빠르게 성장하는 인구 구조, 풍부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핵심 광물자원 등의 결합을 통해 아프리카는 단순한 개발도상 지역을 넘어, 미래 글로벌 성장과 경쟁을 주도하기 위한 산업구조 조정에 착수했다.

아프리카가 택한 길은 '포용적 녹색성장'이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산업 전환인 녹색성장과 고용 창출을 통해 경제적 기회균등을 증진하는 포용적 성장으로의 대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는 친환경 에너지·스마트농업·생태관광·디지털 혁신을 국가 동력의 중점분야로 낙점했다.

흥미롭게도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적·산업적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선도 분야와 정확히 들어맞는다.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가 열린 셈이다.

아프리카의 산업 전환이 공동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구조로 다가온 것이다.

먼저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은 2022년 '에너지정책 방향' 발표로 구체화했듯, 에너지 안보 확립과 에너지 신산업의 수출 산업화 및 성장 동력화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수소 산업 관련 고부가 소재·부품 개발, 태양광 탠덤 셀, 풍력 초대형 터빈 등 차세대 기술의 조기 상용화, 태양광 탄소 검증제 강화 등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했다.

또 바이오연료 보급 확대, 바이오매스 에너지기술 개발, 배터리 상용화 기술 고도화, 차세대 배터리 개발 및 재활용 등 에너지 신사업 유망 기술 중심의 혁신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관련 국내 기업만 총 8만여 개에 달한다.

우리 기업의 기술을 활용하면 아프리카단일전력시장(AfSEM) 진출은 물론 전력공급망 개발 및 스마트 그리드 구축까지 가능한 역량이다.

스마트농업 분야는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스마트농업은 우리의 농업기술에 기초해 농업 인프라 구축, 농업 생산성 향상,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다.

한국은 이미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동아프리카로 이어지는 'K-라이스 벨트'를 구축해 품종 개발, 종자 보급, 기술 교육 등 종합적 지원으로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또 스마트팜을 비롯한 융합 및 확산이 가능한 원천기술 개발을 통해 3세대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속 가능한 농축 산업을 구현한 'K-팜' 모델이 아프리카의 식량안보 강화는 물론 비료, 농기계, 친환경 연료 등 한국의 농업 부가가치 산업의 아프리카 진출로 이어질 수 있다.

'K-라이스벨트' 농업장관회의 브리핑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생태관광은 아프리카의 핵심 산업이자 광물자원이 부족한 국가에 필수적인 분야다.

생태관광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 보존, 생물 다양성의 보전, 경제발전,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경제적·문화적·사회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동시에 기존의 과도한 개발에 따른 지역사회와 갈등 등 관광산업의 부정적 측면을 해소할 수 있는 사업군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미 2013년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을 통해 생태관광개념을 명문화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반한 공정여행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의 일자리 창출, 부업 소득증대, 인프라 구축 등 지역사회의 거주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과 아프리카 간 생태관광 협력 플랫폼 구축을 통해 공동수익 모델 창출과 스마트 관광·친환경 숙박시설·관광 플랫폼 개발, 관광모델의 적용 및 지원 등 파생사업 및 교통·통신·에너지 인프라 개발 등을 끌어낼 수 있다.

디지털 혁신은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기반으로 아프리카와 기술적·산업적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유망한 분야다.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 협력은 디지털 생태계 조성과 이를 기반으로 한 파생 산업의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

혁신 기술 및 현지 적정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 기업의 진출은 애플리케이션 개발·디지털 콘텐츠 산업·전자상거래·온라인 광고·핀테크·에듀테크·디지털 헬스케어·클라우드 및 데이터 기반 산업·통신 및 네트워크 산업 등 아프리카가 필요로 하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핵심 부문에서 상생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토대를 닦아놓았다.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통해 2030년까지 100억달러(약 13조6천억원) 규모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과,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 14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수출 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아프리카를 단순한 원조 대상이 아닌 미래지향적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다른 선진국이나 타 공여국과는 차별화된 한국만의 성장 모델, 이른바 한국형 '공동 성장' 모델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즉 한국과 아프리카의 경제협력은 '공동 성장'이어야 한다.

전통적인 원조나 개발 그리고 자원 추출을 넘어 기술 이전, 인적 자원 개발, 현지 산업 육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파트너십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선진국과 차별화된 매력적인 파트너로 한국을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아프리카 54개국은 더 이상 단순히 원조 대상이 아닌 독자적인 목소리와 전략을 가진 국제질서의 핵심 행위자로 부상하고 있다.

젊고 역동적인 인구 구조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풍부한 핵심 자원, AfCFTA를 통한 경제 통합 노력을 바탕으로 아프리카가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생산 기지이자 거대한 소비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해나가고 있다.

제주포럼 개회식서 연설하는 웸켈레 메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사무총장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원과 기술을 결합해 현지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한국형 '공동 성장' 모델은 아프리카의 '포용적 녹색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아프리카가 추구하는 상호 이익적이고 지속 가능한 협력의 방향성과도 부합한다.

이는 유사한 도전에 직면한 글로벌 사우스 내 여타 국가들에도 확산할 수 있는 모범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작치고 나쁜 시작은 없다'는 스와힐리어 속담이 있다.

작은 시작이 좋은 결과로 귀결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아프리카에서 출발하여 글로벌 사우스로 확장해 가는 협력의 길은 새로운 시장 진출을 넘어 자원 공급망의 다각화,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을 강화하는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다.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성수 교수 현 한양대 유럽아프리카연구소장 겸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 USC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정치학 박사, 저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비교정치', '현대아프리카의 이해' 외 다수, 외교부·법무부·한―아프리카재단·재외동포청 등 공공기관 정책 자문위원 및 한―아프리카 경제협력위원회 한국위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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