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산불] "여행 취소 말아주세요" 경포 상인들 관광객 방문 호소

숙박시설 예약률 20%가량 '뚝'…성수기 앞두고 발길 끊길까 속앓이"여행이 최고의 봉사활동"…일상 회복하도록 실질적 지원 호소
양지웅

입력 : 2023.04.13 10:59:21 I 수정 : 2023.04.13 11:05:41


강릉 산불의 처참한 흔적
(강릉=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12일 강원 강릉시 안현동의 산림과 펜션에 전날 대형 산불의 흔적이 처참하게 남아 있다.2023.4.12 yangdoo@yna.co.kr

(강릉=연합뉴스) 양지웅 강태현 기자 = 충남 천안시에 사는 류모(37)씨는 최근 강원 강릉 지역에 대형 산불이 났다는 뉴스를 접하고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친구와 함께 주말인 15일부터 경포 쪽으로 여행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참담한 피해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지만, 류씨는 결국 계획대로 여행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여행이 최고의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약한 숙소에 전화해서 객실 사용 가능 여부를 물었을 때 업주는 "외벽이 조금 탔어도 자는 데는 문제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류씨는 "처음에는 산불 피해 지역이라서 망설임이 들었지만, 그곳에 가서 열심히 맛집을 찾아다니고 잠도 자고 하는 것이 지역 주민을 돕는 일이라는 생각에 계획대로 여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릉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13일 큰 피해가 난 경포 지역 상인들은 "여행이 최고의 자원봉사"라며 관광객들의 많은 방문을 호소하고 있다.

불에 탄 차, 철골만 남은 건물
(강릉=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12일 강원도 강릉시 저동의 펜션 밀집 지역에 산불 피해를 본 차가 철골만 남은 건물 앞에 세워져 있다.전날 순간풍속 초속 30m에 달하는 강풍 탓에 확산한 산불로 산림 379㏊가 소실되고 주택과 펜션 등 시설물들이 피해를 봤다.2023.4.12 hihong@yna.co.kr

화마가 할퀴고 간 강릉 안현·경포동 일원은 주요 관광지와 숙박시설, 식당가가 밀집한 지역이다.

여름 성수기면 100만 명 넘게 찾아 지역 경제에서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번 산불로 방문객이 줄어들까 염려하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산불이 난 11일 이후로 대형 호텔 객실 예약률이 평소보다 20%가량 떨어지고 예약 취소도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펜션, 게스트 하우스 등 소규모 숙박시설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기준으로 숙박업소 36곳이 산불 피해를 봤고 그중 펜션이 33채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펜션 주인 정모(51)씨는 "5월에 연휴가 많아서 펜션 예약이 꽉 찼었는데 죄다 취소돼 환불했다"며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6개월 휴업 신청까지 해야 해서 속이 쓰리다"고 말했다.

목조 펜션을 허물고 콘크리트 철근으로 재건축해 지난 1월 영업을 재개했다는 정씨는 성수기를 앞두고 쑥대밭이 된 펜션 단지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많은 피서객이 찾은 경포해변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행히 산불로부터 업소가 무사했던 상인들도 상권 침체를 우려하며 관광객들에게 지역 방문을 호소하고 있다.

경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A씨는 "작년 동해 묵호항에서 큰불이 났을 때도 다른 지역에서 많이들 찾아와 상인들에게 큰 힘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강릉 여행을 취소하는 대신 더 많이 방문해달라"고 말했다.

석기동 강원관광협회장도 "관광객들이 와 줘야 지역경제가 돌아가며 오히려 방문을 취소하는 것이 주민에게는 고통"이라며 "지금은 지역 관광이 멈춘 상황으로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인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끔, 말로만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할 게 아니라 재정적으로 빨리 지원해서 일상을 회복하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산불 연기 자욱한 강릉
(강릉=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11일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강원 강릉시 산림 일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2023.4.11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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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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