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바가지야”…관광객이 외면한 제주 앞날은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입력 : 2023.02.02 17:36:22
지난해 9월 22일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변을 찾은 관광객들이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 수가 1380만명대인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제주 관광이 본격화된 1962년 이래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이지만, 여행업계에서는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평이 나온다.

2일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 수는 1381만1068명으로 집계됐다. 이전 최고 기록이었던 2019년(약 1356만명)보다 25만명가량 더 많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개별관광객과 수학여행 등 단체여행객이 대거 몰린 까닭이다.

표면적으로는 역대급 호황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지난해 10월 일본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의 무비자(사증 면제) 입국과 개인 자유 여행을 허용한 뒤로 일본을 비롯한 해외여행이 급증한 것. 이때부터 제주는 관광객들의 선택지 밖으로 밀려났다.

야놀자와 인터파크가 올해 설 연휴 기간(1월 21~24일) 국내숙소 이용 건수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설 연휴보다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약률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도(23%) ▲서울(19%) ▲부산(9%) ▲인천(7%) ▲강원도(6%) 순으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제주는 순위권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여행업계에서는 팬데믹 기간 제주를 찾은 사람들이 서비스나 제품 등에 비해 과도하게 책정된 ‘바가지 요금’에 실망한 탓으로 보고 있다. 제주가 외면받아도 해외여행 지표들이 개선되는 걸 보면 여행수요 자체가 감소한 건 아니라는 분석이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1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사람이 식당에서 한 끼에 5만~10만원을 내야하고, 숙박도 하루에 10만원을 가볍게 웃돌지 않았나”라며 “휴양지 특성상 관광객 지갑에 의존할 수는 있지만, 요금이 과다하게 책정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렌트카 업체들의 경우 70~80%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도 성수기 때처럼 ‘예약완료’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 어느 정도 자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망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제주관광공사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국인의 제주 관광 만족도(5점 만점)는 ▲2019년 4.09점 ▲2020년 3.96점 ▲2021년 3.88점 순으로 하락했다. 해마다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

제주가 외면받는 사이 해외숙소 이용률은 4057% 폭증했다.

올해 설 연휴 기간 인터파크의 주력 카테고리인 해외여행 패키지 이용자 수는 전년보다 3187%, 국제선 항공 이용자 수는 3135% 증가했다.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설 연휴와 견줘도 13%, 34% 각각 늘어났을 정도다.

여러 나라 중 단연 인기를 끈 건 일본이었다. 숙소 이용률은 ▲오사카(25%) ▲도쿄(16%) ▲후쿠오카(12%) 순으로, 항공권 이용률은 ▲오사카(32%) ▲후쿠오카(24%) ▲나리타(21%) 순으로 강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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