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라는데... 올들어 30%씩 오른 美 백화점주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입력 : 2023.02.16 14:22:53 I 수정 : 2023.02.16 15:55:25
美 1위 백화점 메이시스
주가 올들어 13% 상승
행동주의 펀드가 지분 인수한
노드스트롬도 주가 41% 올라
1월 실적 기대·주가 저평가 이유
상승 지속 가능성 전망은 엇갈려


[로이터=연합뉴스]
경기 둔화 우려가 무색하게 올해 들어 미국 대표 백화점 기업들의 주가가 시장 지수를 크게 상회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백화점 실적이 좋았고 경기 하강 폭도 예상보다 깊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도 백화점 기업들의 주가 상승이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15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 증시에 상장된 미국 백화점 기업 메이시스의 주가는 올해 들어 13% 상승해 22.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메이시스는 2021년 기준 매출액 규모가 미국에서 가장 큰 백화점이다. 매출액이 두 번째로 큰 콜스의 주가도 올해 들어 36% 상승해 33.45달러에 장을 마감했고 3위 기업 노드스트롬 주가도 22.26달러로 올해 들어 41% 상승한 상태다.

콜스와 노드스트롬 주가는 연초부터 행동주의 펀드와 관련된 이슈로 주가가 일부 상승한 측면이 있다. 실적 부진으로 경영권 매각 직전까지 내몰렸던 콜스는 지난해 말 행동주의 펀드가 추천한 인사가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되면서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일부 끌어올렸다. 노드스트롬도 행동주의 투자자 라이언 코헨이 지분 일부를 매수했다는 소식이 이달 초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별다른 이슈가 없었던 메이시스 주가 상승률도 S&P500 지수(8%)를 상회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미국 백화점에 보이는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월 백화점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미국 컨설팅 기업 모닝 컨설트 집계 결과 지난 1월 미국 백화점 매출액은 전월 대비 17.5% 상승했다. 전년 동기인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5.4% 증가한 수치다. 이 수치가 더욱 이례적인 이유는 이전 3개월간 백화점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그려왔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소매 유통 섹터에 대한 심리가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백화점 경영진들도 지난달 말 실적을 발표하면서 향후 소비 전망을 부정적으로 점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미국 백화점 매출이 증가한 배경에 ‘코로나 이후 변화한 소비 패턴’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통상 미국에서 가장 소비가 집중되는 기간은 연말 쇼핑기간인데, 코로나19가 확산한 최근 2~3년 동안은 12월 매출이 감소했다가 1월에 반등하는 현상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2020년 12월에도 매출액은 전년 대비 6.6% 감소했다가 2021년 1월 19% 반등했다. 2021년에도 12월 매출액은 9% 감소했지만 다음달에 11% 상승한 바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백화점들이 할인기간을 연말에서 연초까지 연장하면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더 많은 할인을 기다렸을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또 지난달 날씨가 예년에 비해 따뜻해 더 많은 쇼핑객들이 오프라인 유통 매장으로 유입됐을 것으로도 분석된다.

다만 미국 백화점 주가가 계속 상승할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상승 흐름을 지지하는 근거로는 15일 발표된 미국 소매판매지표가 있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3.0% 늘어난 6970억달러로 집계됐다. 시장은 이 수치가 1.9% 증가했을 것이라고 봤는데 전망치를 크게 웃돈 것이다. 2021년 3월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이기도 하다. 소매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월가에서는 미국 경제가 침체나 소강상태에 빠지지 않고 상당 기간 비교적 호황을 유지하는 ‘노랜딩(무착륙)’을 전망하는 예측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세 기업 모두 주가이익비율(PER) 기준 저평가 구간에 있다는 점도 상승을 지지하는 요인 중 하나다. 매크로트렌드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메이시스의 PER 평균은 7.83이다. 지난 15일 기준 메이시스의 PER은 4.75로 저평가 구간에 있다. 콜스 역시 최근 PER은 7.89로 역사적 평균 9.56에 비해 저평가 돼 있고, 노드스트롬의 PER 역사적 평균은 24.8인데 현재는 11.13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가 좋을수록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도 역시 강하고 길어질 수 있어 경기 순환재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월가가 백화점 실적에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이익이다. 미국의 다국적 투자은행 코웬은 노드스트롬에 대해 “제품을 대폭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다”며 영업이익이 더욱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시적인 할인 효과로 매출은 늘었을 수 있으나 그만큼 이익이 상승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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