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해 이 가격이라고?”…한우값 하락에도 소비자는 냉랭, 왜?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입력 : 2023.02.16 17:25:29
입력 : 2023.02.16 17:25:29
공급 과잉에 도매가 1년 새 20%↓
유통과정서 5~6번 중간 마진 붙어
“구조 개선 없으면 소비자가 독박”
유통과정서 5~6번 중간 마진 붙어
“구조 개선 없으면 소비자가 독박”
한우 산지 가격과 도매가가 하락했음에도 소비자들이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가에서는 사료비와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데 유통과정에서 마진이 붙으면서 소비자가격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모습이다.
도매가 하락했는데 소비자가격 오르기도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한우 사육 마릿수는 역대 최고치인 358만마리를 기록할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 후 집밥 수요가 늘어난데다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한우 소비량이 늘면서 농가들이 사육 마릿수를 늘린 까닭이다.한우 마릿수는 지난 2015년까지만 해도 276만마리에 그쳤다. 그러나 7년 연속 늘어나면서 지난해 말 355만마리를 돌파했다. 농식품부와 업계에서는 지난해 도축된 한우 수만 해도 85만~86만마리일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량이 늘어난 만큼 도매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지난달 11~20일 서울과 경기 지역 매장 82곳(대형유통업체 40곳·식육판매장 42곳)을 조사한 결과, 한우 등심(100g, 식육판매장 기준)의 평균 도매가는 5447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7129원)보다 23.6%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안심(-22.0%)과 국거리(-21.8%), 불고기(-21.8%) 등 부위도 20% 이상 도매가가 내려갔다.
반면 소비자가격의 낙폭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달 한우 등심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대형유통업체 기준 1만2560원에서 1만500원으로 16.4% 내리는 데 그쳤다. 식육판매장에서도 1만776원에서 9842원으로 8.7% 내렸을 뿐이었다.
안심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형유통업체 기준 평균 소비자가격이 1만7153원에서 1만6735원으로 2.4% 내린 정도였다. 식육판매장에서는 오히려 1만2288원에서 1만6660원으로 35.6% 올랐다.
소비자가격 절반이 유통마진…“개선 시급”
도매가와 소비자가격 간 차이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유통비용이다. 소를 도축하고 부위별로 부분 포장하고, 이송하는 등의 과정에서 물류비·유류비·인건비 등의 중간 마진이 붙어서다.한우 농가에서 우시장과 도축장, 도매상 등을 거쳐 소비자에게까지 오는 데는 최소 5~6단계가 발생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한우 소매가에서 유통비용률은 2021년 기준 48.1%에 이른다. 유통비용이 소비자가격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한우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한우의) 유통비용률은 다른 축산물과 비슷한 편이다. 닭고기 등과 견주면 오히려 더 적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통 단계마다 붙는 마진은 크지 않은데 거치는 손이 많아 소비자부담이 커지는 것”이라며 “시장 구조 전반이 개선돼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매가가 하락해도 소비자가격은 낙폭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올라버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에서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로서는 한우 소비가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비자단체에서는 이와 관련, 도·소매 가격연동을 위한 유통업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지 가격 그대로 판매되지는 않더라도 소비자들이 비용 부담을 독박쓰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유통업체는 한우 소비자가격 하락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고물가시대에 소비자의 고통 분담을 나눌 수 있는 도·소매 가격연동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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