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대량침해 우려되는 AI 빅데이터 학습…남용된 공정이용"(종합)
남형두 교수 '공정이용의 역설' 출간…"모든 저작물이 AI 먹잇감 될 것"
임순현
입력 : 2025.03.04 21:33:12
입력 : 2025.03.04 21:33:12

[경인문화사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저작권 공정이용'은 교수나 학생 등 작은 이용자들을 위해 열어 둔 구멍이었어요.
그런데 그 좁은 통로에 구글 등 빅테크(IT 대기업)들이 들어와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죠." 신간 '공정이용의 역설'(경인문화사)을 출간한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 속에서 저작권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글로벌 거대기업들이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경우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저작권 공정이용'을 활용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구글이나 오픈AI와 같은 지식 기반 기업들이 이용자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저작권을 전방위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거대기업들이 작은 이용자들을 위한다는 공익을 내세워 저작권 공정이용의 본래 취지를 훼손한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저작권 공정이용을 남용하는 것이 과연 누구의 배를 불려주고, 나아가 인류에게 어떤 해악을 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책에서 2021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오라클-구글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 판결을 계기로 저작권 공정이용이 유명무실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오라클의 프로그래밍 언어 '자바'를 가져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구글의 행위가 저작권 공정이용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남 교수는 이 판결을 두고 "구글이 자바의 소스 코드를 그냥 베껴 썼는데도 공익을 증진했다는 이유를 들어 저작권 공정이용으로 인정해버렸다"며 "사실상 저작권을 없애 버린 것과 마찬가지일 뿐만 아니라 뚜렷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공익을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프로그램 소스 코드뿐만 아니라 언론사의 보도기사 등 저작권 전 분야에서 공정이용을 가장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AI 기업들의 저작권 공정이용은 인류의 창작 의지를 소멸시키는 되돌릴 수 없는 참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남 교수는 "AI가 모든 콘텐츠를 가져다 쓸 수 있게 하면 인간은 더 이상 창작하지 않고 AI에만 의지하게 될 것"이라며 "인류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사안인데도 불 속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AI의 저작권 공정이용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지금이라도 저작권 공정이용을 단순히 기술 발전의 촉진제가 아니라 저작권과 공익의 균형을 유지하는 도구로 작동하도록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에서 추진하다 무산된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남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 행위를 규제하려던 시도가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반대와 정부의 규제 철폐 움직임으로 무산됐다"며 "이런 결과가 결국 초거대 기업에 부역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책은 특히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AI의 TDM(텍스트와 데이터 마이닝)을 허용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 가장 큰 우려를 표명한다.
TDM은 AI가 온라인상의 각종 콘텐츠를 자동으로 수집(스크래핑)해 가치 있는 정보를 추출(크롤링)하는 방식으로 학습하는 기술이다.
기업들은 AI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술이라며 저작권법을 개정해 TDM에 대해선 저작권침해를 면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저작권의 무분별한 대량 침해가 우려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남 교수는 "저작권법에 면책조항을 추가해 TDM이 허용되면 모든 저작물은 AI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뻔히 예측되는 재난적 상황에 모두 눈을 감고 있다"고 우려했다.
680쪽.
hyu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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