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상승세 꺾였지만 신용잔고 17거래일 연속 늘어 두산에너빌리티·삼성重 등 트럼프 수혜주에 빚투 집중 힘빠진 반도체·2차전지주 침체 길어지며 신용잔고 줄어
최근 국내 증시 상승세가 주춤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연일 빚투 규모를 늘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그간 한국 주식시장을 주도해온 반도체와 2차전지 종목의 빚투 비중을 줄이고 '트럼프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방산·원전·조선 업종으로 향하고 있다.
5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신용거래 융자잔액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전날보다 700억원 늘어난 18조1785억원이었다.
국내 증시의 신용융자잔액은 지난달 6일부터 이달 4일까지 17거래일 연달아 늘어났다. 신용융자잔액은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자금의 규모다.
잔액이 순증하고 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적극적으로 차입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뜻이다. 코스피가 탈환했던 2600선을 반납하고, 코스닥 역시 770에서 미끄러졌지만 여전히 국내 증시의 회복에 베팅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개인투자자들은 방산·원전·조선 대표 종목을 중심으로 신용융자잔액을 늘렸다. 지난 2월 두산에너빌리티의 신용융자잔액은 849억원 늘어났다. 코스피 종목 가운데 가장 큰 증가폭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원전 성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수력원자력의 분쟁 종결에 힘입어 올해 주도주로 부상하고 있다.
두 번째로 빚투가 많이 늘어난 종목은 삼성중공업이었다.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설비(FLNG)와 LNG 쇄빙선 건조 능력을 갖춰 트럼프 행정부의 LNG 수출 확대 기조 속에서 수혜주로 꼽힌다. 지난달 삼성중공업의 신용융자잔액은 463억원 늘어났고, 이달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방산 섹터를 향한 투자자의 기대도 뜨겁다. 투자자들은 지난달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신용융자잔액을 각각 466억원, 413억원 확대했다. 지난달 3만5000원까지 치솟았던 한화시스템 주가가 3만원 문턱까지 조정을 받자 투자자들의 빚투가 집중됐다.
반대로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업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는 빚투 규모가 줄어들었다. 삼성전자가 올해에도 좀처럼 '5만전자'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신용잔액은 2월 한 달 만에 656억원어치 감소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업황 둔화가 길어지고 있는 2차전지 업종에서도 신용잔액 규모를 줄였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저점 매수를, 2차전지 섹터는 '비중 축소'를 권고하고 있다.
LS증권은 올해 배터리 산업의 성장률이 지난해 수치를 하회할 것이라며 밸류에이션 조정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