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대구 대표 의류타운 중 하나인 서구 중리동 퀸스로드가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1시께 찾은 퀸스로드.

'퀸스로드 패션타운'이라고 적힌 간판을 지나자 의류업체 점포가 모인 거리가 보였다.

거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임대', '파격 세일' 등이 적힌 현수막들이었다.

새 주인을 찾지 못한 빈 점포에는 때 묻은 마네킹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날 약 1시간 동안 퀸스로드 점포를 돌아다녔지만 대부분 의류 점포에는 손님이 없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보였다.

상인들은 멍하니 점포 내 의자에 앉아있거나 밖에 나와 굳은 표정으로 담배를 태우기도 했다.

한 상인은 장사가 잘되냐는 질문에 "말도 말라"며 손을 내저었다.


퀸스로드 개장 초창기부터 의류 점포를 운영한 60대 A씨는 "퀸스로드에서 장사를 처음에 시작한 상인이 80명 정도 됐는데 지금은 10명도 남지 않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A씨가 운영하는 의류 점포는 한때 직원을 2∼3명 뒀을 정도로 매출이 괜찮았다고 한다.

하지만 10년 전부터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2020년 코로나 시기에는 직원을 모두 정리해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A씨는 "지금은 점포를 팔고 싶어도 사는 사람이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싸게 세를 놓는 상인들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변 점포들을 가리키며 "원래 1층에는 의류업체만 들어올 수 있는데 업종 제한이 풀리면서 인터넷 업체 등 의류와 관련 없는 점포들이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퀸스로드 운영 관리실에 따르면 2020년 관리규약이 바뀌면서 1층에 의류업체만 입주하도록 한 업종 제한이 풀렸다.

실제로 퀸스로드 상가건물 1층에는 부동산 경매 업체, 식당 등이 점포에 들어서 있었다.

다른 상인 김미경(44)씨도 "다양한 옷브랜드가 있어야 손님들이 유입된다"며 "아이 옷 사러 온 김에 부모들도 옷을 사는 등의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김씨는 "하루에 5∼6명 오면 많이 오는 편"이라며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마니아층이나 단골손님이 대부분이고 퀸스로드를 찾아오는 사람 자체가 적다.

뜨내기손님이 있어야 장사가 그나마 나아지는 데 요즘은 전혀 없다"라고 덧붙였다.


퀸스로드는 2003년 개장해 한때 지역을 대표하는 의류타운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상권이동 등의 이유로 매년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서구는 일대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10월 퀸스로드를 지역 첫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했다.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되면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등록이 가능해지며 각종 공모사업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서구는 퀸스로드 인근 도심공원인 그린웨이 시설 정비와 테마 공간 조성 사업도 올해 상반기에 마무리한다.

이날 만난 상인 중 일부는 그린웨이 사업 이후 퀸스로드를 오가는 사람이 전보다 늘어났다고 말했다.

다만 골목형 상점가 지정에 따른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등록 효과는 아직 체감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상인은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됐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조환규 퀸스로드 상인회장은 "조만간 서구 직원들과 만나서 퀸스로드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등록 홍보와 야시장 조성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hsb@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