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충당금 최고인데 … 금감원 "더 늘려라"

한우람 기자(lamus@mk.co.kr)

입력 : 2023.03.22 17:27:16 I 수정 : 2023.03.22 19:22:06
자본확충·충당금 추가적립
투트랙 전략으로 불안 해소
가파른 제2금융권 연체율
적립률 높여서 선제적 대응
은행 특별준비금 적립 추진
비상시 유동성 최후 보루로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유럽에서는 크레디트스위스가 잇달아 문을 닫으며 국내 금융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총자산가치가 부채보다 많다던 실리콘밸리은행이 '흑자도산'하고, 유동성 문제는 없다던 167년 업력의 크레디트스위스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에 허물어졌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권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지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 불안을 진정시키는 한편, 업권별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손실흡수능력 보완을 주문해 금융불안 대응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2023년도 업권별 금융감독업무 설명회를 통해 업권 맞춤형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주문하고 있다. 고객이 돈을 맡기는 금융사인 은행, 보험,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자기자본 확충을 지시해 고객의 자산 안정성을 높이고 고객이 대출을 받는 금융사인 은행, 카드, 저축은행, 상호금융에 대해서는 충당금 추가 적립을 통해 대출 부실 위험을 낮추는 '투 트랙' 방식이다.

22일 열린 보험 부문 금융감독업무 설명회에서 금감원은 "신건전성제도인 K-ICS 도입에 따른 충격 요인을 해소해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면서도 "위기상황 분석 등을 통해 취약사를 선별해 선제적 자본 확충 유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도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전향적 감독정책을 펼치는 대신 재무건전성을 감안해 각 사가 대주주를 중심으로 자기자본 확충 노력도 병행하라는 것이 금감원 설명이다.

카드, 저축은행, 상호금융조합 등에 대해서는 일제히 충당금 적립을 주문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중소 서민금융회사 가계대출에 대해 연체율 선행지표를 활용한 모니터링에 나설 것"이라며 "다중채무자 충당금 적립률 상향 등을 통해 잠재 리스크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카드사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지난해 말 106.7%로 전년 말 106.9%보다 떨어졌고, 상호금융은 지난해 말 140.0%로 전년 말 137.8% 대비 소폭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 서민금융사에 대해 가계대출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지목되는 다중채무자 대출의 건전성 분류를 보수적으로 하고 충당금 적립률은 높이라고 지시한 것이다.

특히 카드업권에 대해 미래 경기 전망을 보수적으로 반영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달라고 지시했다. 카드사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기준선인 100%는 웃돌고 있지만 다른 업권 대비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연체율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는 상호금융에 대해서도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도록 지시했다. 저축은행에 대해선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적립률 강화를 주문하는 한편, 대주주에게 책임 있는 자본 확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지난 15일 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경기 대응 완충 자본, 스트레스 완충 자본 등 도입을 추진해 국내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자기자본 확충을 권고했다. 여기에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을 조만간 시행해 대손준비금 추가 적립까지 은행권에 요구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대해 높은 수준으로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할 것을 요구하면서 은행권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금융 불안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미국 대형 은행들이 맹활약에 나섰다는 점은 반면교사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후폭풍으로 위기설에 휩싸였던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지난 16일 JP모건체이스 등 미국 대형 은행 11곳이 주도하는 300억달러 규모 유동성 공급을 포함한 잇단 시장 안정 조치에 힘입어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우리 금융당국은 이 같은 사례를 참고해 유사시 국내 시중은행과 협업해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복안이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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