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강국, G5 도약의 길] AI팩토리 5년내 4천곳으로 … 첨단제조 생태계 완성해야

입력 : 2023.03.22 17:40:49
중기3만곳 스마트공장 전환불구
자동화 도입 그쳐 걸음마 수준
제조업 AI 디지털화 서둘러야
대기업 첨단 공정 노하우
협력사에 전수해 생산성 높여야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이 2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제조강국, G5 도약의 길'을 주제로 열린 제33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향후 양자컴퓨터가 도입되면서 (제조업에서) 데이터 양이 매우 늘어나게 될 것이다. 2040년에는 2020년 대비 데이터 양이 100배 늘어날 것이다."

가와이 도시키 도쿄일렉트론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도쿄에서 매일경제 취재팀을 만나 양자컴퓨팅의 미래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매일경제 비전코리아 프로젝트팀은 22일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제33차 국민보고대회에서 제조업 생산 공정을 비롯한 단계마다 수집된 공정·유통·소비자 이용패턴 관련 빅데이터를 활용해 미래형 제조업의 문을 열 공장 두뇌인 인공지능(AI) 솔루션을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정부 주도로 설립될 양자기술대학원이 제조공장 AI 솔루션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 두뇌로 처리하기 힘든 방대한 용량의 데이터가 수집되는 게 오늘날 제조업의 특징이다. 그런데 이를 AI 머신러닝과 슈퍼컴퓨터보다 1억배 빠른 연산 속도를 지닌 양자컴퓨터를 통해 분석하고 공정을 최적화하는 기술을 만들자는 것이다.

현재 제조업의 디지털화는 10여 년 전 '스마트공장'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등장했던 때와 매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공장 일부에 자동화 기기를 설치하거나 전산으로 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을 놓고 스마트공장이라고 불렀다. 이 같은 기초 수준 스마트공장은 개별 공장의 생산성을 개선하는 효과는 있었지만 제조 생태계 전반으로 효과가 확산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오늘날에는 첨단 측정·통신기술 도입으로 제품 라이프사이클 전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가 쌓이고 있으며, 이를 AI로 실시간 분석하고 공정에 반영하는 것이 제조업 디지털화의 화두다.

예를 들어 포스코는 열연강판 품질 데이터를 제공해 고객사인 동국산업이 생산하는 강판의 품질을 높이고 있다. 동국산업은 포스코에서 공급받은 열연강판 표면의 이물질과 각종 결함을 산(Acid)으로 제거하는 '산세' 공정을 맡는데, 열연강판 표면 품질에 따라 공정을 조절해야 한다. 그동안에는 동국산업이 수작업으로 표면 품질을 판단해 산 농도나 세척 횟수를 조정했다.

현재 포스코와 동국산업은 열연강판 품질을 자동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포스코 AI 분석 시스템과 첨단 계측장비로 표면 결함을 예측하고, 동국산업 AI 시스템이 데이터를 전송받아 최적의 세척 횟수와 산 농도를 도출하게 된다. 탈탄소·친환경 전환도 디지털화를 통한 해법이 주목받고 있다. 우선 폐기물로 처리되는 물품 데이터가 납품 회사로 전달되면 버려지던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게 된다.

전체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집계·관리할 때도 관련 기업들 데이터가 통합되면 탄소배출량 관리가 쉬워진다. 유럽연합에서는 2026년부터 모든 제조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집계하는 디지털 제품 여권(DPP)을 시행할 예정이다. 디지털 제품 여권을 바탕으로 탄소배출량 규제가 도입되면 협력 업체들과 데이터가 제대로 연계되지 못해 탄소배출량 집계가 어려운 기업들은 시장에 설 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독일에서는 세계적인 완성차·납품·소프트웨어 업체가 모두 참여한 산업계 데이터 동맹인 '카테나-X(Catena-X)'가 다음달부터 본격 가동된다. 카테나-X는 데이터 공유를 통해 10개 분야에서 생산성 혁신, 친환경 제조역량 강화를 추진해 왔다.

올리버 간서 카테나-X 의장은 최근 독일 뮌헨에서 매일경제신문 취재팀과 만나 "독일 납품 업체인 셰플러는 고객 회사가 5000개에 달한다. 이들이 제각각 탄소배출량 데이터를 요구하면 대응이 불가능하다"며 "결국 폭스바겐·BMW·벤츠 등 경쟁 기업과 지멘스·보쉬·SAP 등 유관 기업에 독일 내 중소기업까지 모두 공동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밸류체인 전반에서 데이터가 연계되는 첨단 제조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까지 아우르는 한국 제조업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대기업 공장만 첨단화돼서는 협력 업체로부터 각종 데이터를 제공받기 어렵고, 반대로 대기업 데이터를 활용해 협력 업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국민보고대회 프로젝트팀은 종업원 100명 이상인 제조 업체 4000개가 가진 공장을 AI 팩토리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정부는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을 펼쳐 2022년에 누적 3만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목표를 이뤘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최소 80%에 달하는 기업은 과거 스마트공장 수준의 기초적 자동화·전산화를 도입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3만개 스마트공장 보급이라는 양적지표를 달성했다는 이유로 2023년도 스마트공장 예산은 전년 대비 60%가량 삭감됐다. 이렇게 되면 가장 고도화된 스마트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AI 팩토리로 전환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전 중소기업청장)는 "강대국들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제조업을 육성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AI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조업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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