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honey] 천리포수목원의 봄

다채로운 빛깔의 어울림
김정선

입력 : 2025.05.07 08:00:07



목련정원 풍경 [사진/백승렬 기자]

(태안=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계절을 느끼기 좋은 공간 중 하나가 수목원이나 정원일 것이다.

화사하고 생기 있는 봄 풍경을 찾아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에 다녀왔다.

◇ 이때만 볼 수 있는 풍경 휴일 이른 아침 차량으로 길을 떠났다.

차창 밖 먼 산에 연한 파스텔 색조의 울긋불긋한 빛깔이 눈에 띄었다.

이 시기에만 볼 수 있는 자연의 풍경이다.

도롯가에도 벚꽃과 철쭉, 개나리가 바람에 흔들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늘진 산자락에는 흰 눈이 희끗희끗 보이기도 했다.

◇ 반가움


이튼 송 수선화 [사진/백승렬 기자]

만리포해수욕장을 지나 천리포수목원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대략 2시간 30분 걸렸다.

수목원 입구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해 보였다.

취재팀도 발걸음을 옮겼다.

바다와 인접한 이곳에선 파도 소리가 크게 들렸다.

전망대에선 꽤 거친 파도가 보였다.

수목원에서 차량으로 10분 안팎 거리에는 항구인 모항항이 있다.

수목원 안으로 들어서자 곳곳에 식재된 수선화가 눈에 들어왔다.

기다란 녹색 줄기에 노란색, 크림색 꽃이 각각 피었다.

거의 직각의 각도에서 머리를 약간 숙인 수선화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바람개비처럼 보였다.

방문객을 환영한다며 활짝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손을 흔들어 주는 것 같기도 했다.

조그마한 은방울꽃처럼 고개를 숙인 은방울수선화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이 청초해 보였다.

다양한 수선화를 접하니 친근하게 느껴졌고, 새삼 이렇게 고왔던 꽃인가 싶었다.

고상한 분홍빛의 튤립에도 눈길이 갔다.

튤립도 봄을 떠올리게 하는 꽃 중 하나다.

◇ 다채로움 천리포수목원 곳곳에는 흰색과 분홍색의 목련꽃이 피어 있었다.

서울에선 이미 꽃이 진 모습을 봤는데, 이곳에선 종류가 다양해 활짝 핀 목련도 있지만 꽃봉오리를 머금고 있는 나무도 많았다.




불칸 목련 [사진/백승렬 기자]

한 그루의 목련인데도 일조량이 달라서인지 개화 속도가 달라 보였다.

천리포수목원은 목련 926개 분류군을 보유하고 있다.

꽃이 한꺼번에 피었다가 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가 순서대로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목련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취재팀이 방문한 4월 중순에는 제8회 목련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목련을 주제로 한 축제다.

축제 기간에는 비공개 정원에서 해설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취재팀도 2시간 넘게 이어진 프로그램에 동참해 봤다.

먼저 숲길을 따라 산정목련원까지 걸어 올라갔다.

해설자는 목련의 다양한 품종명과 특징을 설명해 줬다.




목련과 수선화 [사진/백승렬 기자]

걷는 동안 선홍빛과 분홍빛, 흰색, 노란색의 목련꽃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주변에 피어있는 수선화, 진달래와도 잘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점점이 흩뿌려 놓은 듯한 각각의 빛깔이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꽃과 풍경을 담아냈다.

다음으로 인근에 별도로 있는 목련정원으로 이동했다.

한 장소에서 다양한 빛깔의 꽃을 볼 수 있어 소박한 꽃동산에 온 것 같았다.

한참을 보고 있는데, 목련 나뭇가지에 수목원 측이 내건 유인물이 눈에 띄었다.

"목련꽃을 따먹은 직박구리를 찾습니다"라는 문구 아래 직박구리의 사진이 내걸렸다.

이를 본 참가자들이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 어울림 나무를 하나하나 보는 것도 이채롭지만, 기억에 남는 풍경들은 대부분 같은 품종이라도 두 그루 이상 함께 있거나 아예 다른 종류의 나무가 어울려 있는 모습인 것 같다.

숲길을 오를 때에는 비탈길의 진달래, 그 아래 낮게 피어있는 수선화, 키 큰 목련이 잘 어울렸다.

사람들이 주로 사진을 찍는 장소도 여러 나무와 꽃, 풀이 어우러진 곳이었다.

올해 목련 축제는 끝났지만, 천리포수목원 밀러가든에도 다양한 목련이 많아 계속 감상할 수 있다.

◇ 매혹


산책로에 핀 동백꽃 [사진/백승렬 기자]

취재팀은 밀러가든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겨울을 지내고 맞은 봄이다 보니 꽃에 눈길이 갔다.

동백나무라고 하면 겨울이나 초봄에 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곳에는 붉은빛의 동백꽃이 많았다.

동백나무는 천리포수목원에서 집중적으로 수집해 온 식물 중 하나다.

동백꽃이 활짝 핀 것도 많았지만 꽃봉오리가 맺힌 나무도 많았다.

짙은 녹색 잎에 붉은 꽃은 색감의 대비가 두드러졌다.

동백나무는 곳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음지에 있는 나무는 아직 꽃봉오리도 무르익지 않아 피울 때까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 꽃향기


삼지닥나무(오른쪽) [사진/백승렬 기자]

어디선가 향긋한 꽃냄새가 났다.

서향의 향기다.

알싸한 생강 냄새와 비슷하면서도 달콤하게 느껴지는 서향의 향기는 봄을 떠올리게 한다.

주변을 살펴보니 서향이 무리 지어 피어있었다.

삼지닥나무의 노란 꽃에서도 향기가 났다.

이후로는 코를 킁킁대며 꽃 냄새를 맡고 다녔다.

◇ 봄꽃과 초록빛 자연


그늘정원과 양치식물원 [사진/백승렬 기자]

수목원이나 정원은 많은 사람의 관리와 손길이 더해진 공간이다.

이 때문인지 곳곳의 조경, 식재된 꽃과 나무를 눈여겨보게 된다.

키 큰 나무뿐만 아니라 땅을 덮는 작은 식물이 방문객에게 주는 정서도 중요한 것 같다.

보라색 무스카리, 노란 복수초, 분홍빛 앵초처럼 비교적 작은 봄꽃에 눈길이 갔다.

흰 돌단풍꽃, 다양한 색상의 꽃이 피는 헬레보루스도 만날 수 있었다.

양치식물인 고비의 잎이 펼쳐지기 전 동그랗게 말려져 있는 모습에선 생기가 느껴졌다.

연못 근처에선 잎이 나기 시작한 기다란 수양버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파란 하늘과 연둣빛 나뭇가지 색깔이 잘 어울렸다.




밀러가든 [사진/백승렬 기자]

녹색의 뾰족뾰족한 잎이 특징인 호랑가시나무도 여럿 볼 수 있었다.

잎의 크기, 뾰족뾰족한 정도가 서로 달라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시사철 자리를 지키고 있는 푸른 소나무는 풍경의 한 축을 이루는 것 같았다.

천리포수목원은 국내 최초의 민간 수목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설립자는 미군 장교로 한국에 와서 귀화한 고(故) 민병갈(칼 페리스 밀러)이다.

전체 면적 59만㎡ 규모 중 6만5천㎡의 밀러가든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3월 '태안 천리포수목원 조성 관련 기록물'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5년 5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jsk@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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