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배우자"…한은도 금융사도 '잃어버린 30년' 연구 중
한은 강좌서 "10년 간의 구조 변화" 주목…별도 보고서도우리금융硏 "아베노믹스, 우리 경제 참고 사례"
한지훈
입력 : 2025.06.26 06:07:00
입력 : 2025.06.26 06:07:00

일본 도쿄 시부야역 주변 명소인 스크램블 교차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저성장 위기에 부닥친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일본 경제 연구에서 힌트를 얻으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미국을 위협할 정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 버블 붕괴로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의 극복 사례에서 일말의 교훈을 얻자는 취지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창민 한국외대 교수는 최근 한은 금요강좌에서 '장기 저성장 시대의 대응 : 일본 사례를 통한 정책적 시사점'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교수는 먼저 일본 경제의 회복세에 주목했다.
일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물가가 오르기 시작, 전년 동기 대비 2%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달성하며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1989년 12월의 전고점(38,915)을 지난해 2월 약 34년 만에 돌파한 뒤 같은 해 7월 42,426까지 치솟는 활황을 보였다.
이 교수는 이런 변화를 '아베노믹스' 당시 구조개혁의 결과로 평가했다.
유동주식 시가총액 100억엔 이상의 프라임 시장에 속한 기업의 경우 독립 사외이사 비율이 2014년 47%에서 지난해 100%로 확대됐고, 적극적인 행동주의 펀드 숫자도 7개에서 70개로 늘어나는 등 기업 경쟁력 제고의 발판이 마련됐다.
아울러 생산가능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하는 가운데 전업주부의 비정규직 노동자 시장 진입 확대, 65세 이상 고용 의무화 전면 시행 등으로 '연착륙'을 시도하는 인구 구조 변화 대응이 이뤄졌다.
이 교수는 "아베노믹스 때 했던 완화적 통화정책이 효과를 드러낸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통화정책은 경기 대응 수단일 뿐 경제 체질 개선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잃어버린 20년 이후 10년 동안 구조적인 변화가 있었다"며 "그런 변화가 일본을 다른 스테이지(단계)로 끌고 가고 있다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창용 한은 총재가 거듭 설파해온 구조 개혁을 통한 경제 성장론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5일 '일본 경제로부터 되새겨볼 교훈'이라는 제목의 BOK 이슈노트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부채가 2023년 207.4%로, 일본 버블기 최고 수준(1994년의 214.2%)에 가깝다고 전했다.
한국의 생산연령인구는 2017년, 총인구는 2020년을 각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일본보다 빠른 속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은은 부채 비율의 엄격한 관리, 외국인 노동력 활용 방안 검토, 첨단산업 육성과 고부가가치 서비스 수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본 경제에서 답을 찾으려는 노력은 금융회사 등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18일 일본의 경제 금융 분야 도전과 극복 사례를 담은 '일본 경제 대전환'이라는 제목의 신간을 내놨다.
연구소는 책에서 "대규모 금융 완화, 적극적 재정 정책, 획기적 성장 전략 등 아베노믹스의 3가지 대응은 장기간 내수 부진을 겪는 우리 경제에도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공조를 통해 디플레이션 탈출 여건을 조성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의 이런 '온고지신'은 아베노믹스 성패가 불확실했던 시점의 국내 주류 시각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볼 수 있다.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에 참여 중인 홍성국 전 의원은 2014년 '세계가 일본된다'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오히려 한국이 생존하려면 일본과 반대로 가야 하며, 독일과 북유럽 모델을 참고할 만하다고 주장해 사회적 논의를 이끌었다.
한은도 같은 해 도쿄사무소의 아베노믹스 보고서에서 "민간 중심의 성장 전략 추진이 미흡해 일본 경제 회생 가능성을 어렵게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증폭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출 회복 지연에 따른 무역적자 확대, 기업 실적 개선에도 미미한 설비투자 증가,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소비 위축 등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hanjh@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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