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인재와 기술을 갖춘 아시아의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외국 자본을 유치해 아시아의 투자 허브가 될 수 있는 자격과 여건이 충분합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통상정책 중 하나가 국내 투자유치 확대"라고 소개한 뒤 적극적인 규제 혁신을 앞세워 한국이 '아시아 투자 허브'로 도약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본부장은 "세계 경제 구조 변화 속에서 한국이 아시아에서 투자 입지로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에 진출한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한국은 300억달러가 넘는 투자를 유치했는데, 올해도 좋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에 비해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할 여건이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일례로 워싱턴포스트는 아시아 거점 센터를 한국으로 옮겼고 넷플릭스는 한국에 스튜디오를 설립하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
안 본부장은 "저렴한 임금을 원하는 제조업체들은 중국을 떠나 베트남이나 인도로 가지만 기술력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한국을 찾고 있다"며 "이러한 조짐이 이미 여러 면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테슬라도 '아시아 제2기가팩토리' 후보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을 보고 있다"면서 "글로벌 혁신 기업들을 유치해 인재·자본·기술이 한국에 모이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글로벌 혁신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말하기에 앞서 그는 한 가지 경험담을 소개했다. 안 본부장은 "최근 싱가포르에 가서 현대자동차의 도심형 전기차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며 "1970년대 메르세데스 벤츠가 싱가포르에서 공장을 철수한 뒤로 싱가포르에 제조업체가 들어갈 리 없다고 생각해 가기 전까지는 현대차의 연구개발(R&D) 센터를 공장으로 잘못 말한 줄 알았다"고 전했다.
그는 "도착해보니 진짜 전기차 공장이 있었다"며 "한가운데 자동차가 있으면 그 주변을 자동화 설비들이 달라붙어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을 하는데 믿기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당시 '왜 한국에는 이런 공장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한국에는 규제가 많아 이 설비를 쓸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즉 글로벌 혁신 기업을 유치하려면 규제 완화가 필수라는 뜻이다.
안 본부장은 규제 개혁과 관련해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외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간담회 등을 통해 규제 개선 과제를 발굴했고 같은 해 12월 개선 방안 40건을 발표했다"며 "올해도 적극적으로 규제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최근 한국행을 결정하는 기업들이 '한국의 노사문제가 어렵다고 해도 아시아 국가 중 시장에 활력이 있고 산업 기술력이 뒷받침되면서 인력의 교육 수준이 높은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얘기를 공통적으로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