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해역 석유 탐사에 홍게잡이 업계 폐업 고민…"어장과 겹쳐"
25일 출어 앞둔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 "정부·석유공사 지원 절실"
손대성
입력 : 2024.08.07 17:08:34
입력 : 2024.08.07 17: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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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석유와 가스 시추를 위한 탐사에 들어가면 홍게 어장은 문을 닫아야 합니다.
어장이 사라지는데 어떻게 조업하겠습니까." 경북 포항에서 홍게잡이를 하는 선주로 구성된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 김진만 회장은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시추와 관련한 견해를 묻자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올해 말부터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친 대왕고래 가스전 후보 해역에서 긴 탐사공을 해저 깊숙이 뚫어 실제 석유와 가스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추 탐사에 나선다.
당국은 해저에 석유와 가스가 있을 가능성을 일차적으로 알아보는 물리 탐사 과정을 통해 포항 영일만에서 38∼100㎞ 떨어진 넓은 범위의 해역에 가스와 석유가 대량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한 상태다.
문제는 시추 탐사 구역이 홍게 어장과 겹친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80∼90%의 어장이 탐사 구역에 몰려 있다"며 "탐사가 시작되면 홍게잡이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홍게 금어기는 7월 10일부터 8월 25일까지다.
조업을 앞두고 김 회장을 비롯한 협회 회원들은 올해 홍게 조업에 나서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자칫 시추 탐사로 몇 달만 조업하고서 손을 털고 나와야 할 수도 있어서다.
통발 200∼250개로 구성되는 어장 한 개를 만드는 데 1천300만원이 들어 어장 투자에만 수천만원이 든다고 김 회장은 전했다.
협회는 한국석유공사가 이 문제를 놓고 아직 별다른 협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 소속 일부 어선은 지난해 4월에도 석유공사의 탐사와 관련해 어장 철수 문제로 마찰을 빚은 바 있다.
협회 측은 시추 탐사에 나설 경우 어족자원 감소 등을 고려해 보상을 거쳐 현재 27척인 홍게잡이 통발어선을 절반 가까이 줄이는 특별감축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 회장은 "석유 시추를 위한 탐사를 한다니 당장 어장에 투자해야 할지 망설여진다고 얘기하는 분이 많다"며 "탐사를 시작하면 폐업해야 할 상황이니 정부나 석유공사가 특별감축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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