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소액주주 대변 '행동주의 펀드' 주가상승 효과…경영진엔 위협
오재현 기자(ohhhhho@mk.co.kr)
입력 : 2023.03.06 17:13:15 I 수정 : 2023.03.06 19:39:53
입력 : 2023.03.06 17:13:15 I 수정 : 2023.03.06 19:39:53
30대 이창환 씨가 대표로 있는 얼라인파트너스는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에 지배구조 개편을 꾸준히 요구해 왔습니다. 얼라인은 SM 지분의 1%를 보유한 자산운용사입니다. 얼라인은 SM 창업주 이수만 씨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이 수수료 명목으로 많은 돈을 가져간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라이크기획은 SM 소속 가수에 대한 자문·프로듀싱 대가로 2000년부터 SM에서 매출의 6%를 매년 받아왔습니다. 이에 얼라인은 지난해부터 SM 경영진 퇴진과 새 감사 선임을 요구했고, SM은 올해 초 이를 받아들여 라이크기획과맺은 계약을 종료하고 지배구조 개편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SM 변화를 이끈 얼라인 같은 행동주의 펀드가 조명받게 됐습니다.
Q. SM 사태와 행동주의 펀드는 무슨 관계인가.
A. SM 지분 1%를 보유한 얼라인은 SM에서 라이크기획으로 흘러가는 돈이 보전되면 SM 기업가치가 더 올라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를 통해 저평가된 SM 주가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다른 투자자들과 연대할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얼라인은 SM 지분 60%가 개인투자자의 것으로, 이들 중 일부만 설득해도 창업주와 기존 경영진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SM 이사회는 지난 1월 얼라인 측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여 라이크기획과 체결한 계약을 종료하고 이수만 씨를 음반 제작에서 배제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Q. 행동주의 펀드는 무엇인가.
A. 회사에는 주주, 이사, 감사, 근로자 등 여러 구성원이 있습니다. 그중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라는 뜻으로 기업에 돈을 투자합니다. 그런데 가끔 회사 경영진은 주주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이익을 낸 회사가 배당 등으로 주주에게 성과를 환원하지 않는 것이죠. 다른 곳에 투자했다가 실패하거나 경영진이 자금을 횡령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주주 행동주의'는 경영진의 불합리한 행태에 주주들이 직접 나서 개선해 보겠다는 취지에서 탄생했습니다. 이를 행하는 행동주의 투자자(펀드)는 주로 저평가된 기업을 대상으로 주식을 모은 뒤 다른 주주들과 연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죠. '기업가치 제고' '주주환원' 등을 요구하는 만큼 그동안 회사 사정에 무관심했던 개인 주주도 동참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즉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제동을 걸거나 이익 배당,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며 궁극적으로 해당 기업 주가를 끌어올립니다.
Q.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 사례는.
A. 2006년 11월 출시된 일명 '장하성 펀드'가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시초로 평가됩니다. 소액주주 운동에 앞장섰던 장하성 당시 고려대 교수가 미국 투자사에서 만든 '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의 자문을 맡아 그렇게 불렸습니다. 장하성 펀드는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거나 배당에 인색한 기업을 상대로 목소리를 냈습니다. 태광산업 계열사인 대한화섬, 크라운제과, 화성산업, 동원개발 등이 타깃이 됐고 장하성 펀드가 지분 공시를 할 때마다 주가가 뛰었습니다.
2018년에는 강성부 씨가 대표로 있던 행동주의 펀드 KCGI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위협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KCGI는 한진그룹의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고 '경영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KCGI가 6%대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갖고 회사 지배구조 개선과 회장 퇴진 등을 압박했습니다.
외국 행동주의 펀드가 국내 대기업 지분을 확보해 경영을 간섭한 사례도 많습니다. 2015년 미국계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2018년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을 잇달아 반대했습니다. 이에 한국에서는 2018년 투자자 권익 보호를 위한 기관투자자의 행동 원칙을 정한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서 행동주의 펀드가 다수 등장했습니다.
Q. 행동주의 펀드의 부정적인 점은.
A. 기업지배구조연구원에 따르면 주주제안을 받은 기업은 2015년 36개, 2021년 30개에서 지난해 41개로 늘었고, 올해는 100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는 비교적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하는 만큼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관심이 없는 사례가 많습니다. 또 기존 경영진을 몰아내고 경영권 확보에만 관심을 기울이기도 합니다. 이에 기업들은 행동주의 펀드에서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주력하기도 합니다.
[오재현 기자 / 오지은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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